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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 미국보다 금리 인상 먼저 종료하기 어렵다"

인플레이션 꺾일 때까지 금리 인상 지속하겠다는 의지 밝혀

이창용 "한국, 미국보다 금리 인상 먼저 종료하기 어렵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photo@yna.co.kr


[파이낸셜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꺾일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한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유가 등 대외적 요인이 크고, 유가가 언제 다시 상승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4∼5%)을 보이는 한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8월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7월 6.3%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가스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발언이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인터뷰에 앞서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개방경제에 대한 교훈'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은 총재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것은 이 총재가 처음이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와 같은 특정 시기에 취해지는 비전통적인 정책수단이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한은이 0.50%p 금리를 인상한 '빅스텝'을 밟으며 미리 가이드를 제시한 것과 같이 포워드 가이드(선제적 안내)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시장과 대중에게 주는 사전지침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분류된다. 이 총재의 언급은 한국에서는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맞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흥국이나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주는 영향이 더욱 큰 만큼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또 지난 7월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한 것을 언급하며 포워드 가이던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상 시점에는 시장에서 0.50%p의 인상폭이 이미 예견되어 있었기 때문에, 7월 인상 자체보다는 향후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포워드가이던스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부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장단점들을 논의한 끝에, 한국은행은 일종의 절충안을 취했다" 면서 "즉, 공식의결문에는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와 같은 정성적 문구만 포함하기로 한 반면,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우리가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와 같은 구체적인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했다"고 했다.

다만 이 총재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향후 신흥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양적완화와 포워드가이던스 같은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신흥국들은 앞으로 시나리오 기반의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와 같은 보다 정교한 정책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흥국 및 소규모개방경제가 각자의 여건과 필요에 최적화된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갖추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분석 역량, 경험의 축적,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며, 지금과 같은 때야말로 이를 위해 투자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