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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삼등분 막자"… 도심 가르는 ‘경전선’ 우회노선 추진 [fn 패트롤]

광주∼순천 전철화 계획 발표 임박
경상도·전라도 잇는 유일 철도망
예타 조사시 시민의견 수렴 패싱
노시장 "도시 발전 완전히 막혀"
벌교∼서면 우회노선 대안으로

"순천 삼등분 막자"… 도심 가르는 ‘경전선’ 우회노선 추진 [fn 패트롤]
경전선 광주송정~순천 구간 전철화 사업 기본계획이 오는 10월 말 발표된다. 사진은 전남 순천시를 관통하는 경전선 선로 모습이다. 순천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순천=황태종 기자】 전남 순천시가 오는 10월로 예정된 경전선 광주송정~순천 구간 전철화 사업 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고속철도의 도심 관통 대신 우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경전선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하는 유일한 철도 교통망으로, 광주송정역에서 보성, 순천, 진주, 마산을 거쳐 경남 밀양 삼랑진을 잇는다.

순천시는 경전선 전철화 사업이 정부의 당초 계획대로 순천도심 4.2㎞를 관통하게 되면 도심이 항구적으로 장촌동 지역, 풍덕동 지역, 조례·연향동 지역으로 3등분돼 도시 발전에 치명적인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교통체증, 철도소음, 안전사고 위험, 도심경관 훼손, 생태도시 표방 도시 브랜드 이미지 추락 등도 우려하고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하는 유일한 철도 교통망

28일 순천시에 따르면 경전선 가운데 삼랑진과 순천을 잇는 영남권역은 복선 전철화 사업이 이미 완성됐거나 진행 중이다. 반면 호남권역인 광주송정~순천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 건설 이후 한 번도 개량되지 않은 단선 비전철 구간으로 남아 '느림보 철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영호남 차별의 대표 사례로 꼽혀 왔다.

그러다가 지난 2019년 12월 경전선 광주~순천 전철화 사업이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통과해 본격 추진이 가능해졌다.

전남도는 이 과정에서 사업 구간을 당초 광주송정역에서 광주역으로 연장하고, 편익 대상 범위를 부산 부전역까지 확대하는 것은 물론 목포~보성 남해안선 수요 반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광주송정~순천 간 경전선 122.2㎞ 개량 및 전철화에는 1조7703억원이 소요되며,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계 속도는 250㎞/h로, 소요시간이 현행 2시간 20분에서 57분으로 1시간 23분 단축된다.

전 구간 전철화 개통 시 목포에서 부전까지 현재 6시간 33분에서 4시간 9분 단축된 2시간 24분, 광주에선 5시간 42분에서 3시간 6분 단축된 2시간 36분이 소요돼 영호남 문화교류와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순천시, 예타 조사 시 의견 수렴 없이 기존 노선 활용 계획 '원천 잘못'

하지만 순천시는 지난 2019년 순천지역의 의견 수렴 없이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져 기존 노선을 그대로 활용하는 계획이 수립돼 원천적으로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에서 수도권 GTX건설 계획과 SRT를 개통하면서 도심부는 물론 농림지역도 지중화 선로를 기본으로 했으면서 경전선 전철화의 경우 순천도심을 관통키로 한 것은 어떤 논리로도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순천시는 현재 하루 6차례 무궁화호가 운행되고 있는 경전선이 전철화되면 고속열차가 하루 40여 차례, 30분에 한 대꼴로 도심을 관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순천 시내 10곳의 평면교차로에서 교통체증 현상이 자명하고, 시민들은 철도소음과 안전사고 위험으로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7m 높이의 고압 구조물이 생겨나 도심경관을 훼손하게 되고,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순천시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벌교~서면 우회노선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존 계획에 비해 2500억 원 가량이 추가 소요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로 해결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전선 도심 관통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훼손

순천지역 사회도 순천은 순천만을 비롯해 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세계적으로 뛰어난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를 훼손할 수 있는 경전선 도심 통과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우회하면 예산이 더 들어가겠지만, 도시의 발전 축과 상충되지 않기 때문에 훨씬 더 합리적이다"면서 "경전선이 통과하는 진주나 광양은 이미 철도를 외곽으로 이전했다. 왜 순천만 도심으로 고속철도가 지나가 도시의 발전을 완전히 가로막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