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엣젯 항공기.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인 관광객들이 베트남 현지 항공사에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은 뒤 뒷돈을 주고 재검을 받는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안은 입국 전에 출발일 기준 24시간 전 이내로 신속 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본국의 규정을 악용한 사례들인 만큼 한국 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11시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 항공사인 비엣젯 여객기(VJ 960편)에 탑승하려던 이모씨(50) 등 일행 3명은 수속 카운터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씨 일행이 공항 수속 전에 발급받은 음성 확인서. 연합뉴스
이들은 당일 오전 하노이 롯데호텔 인근 대형 병원에서 받은 신속 항원검사 음성 확인서를 수속 카운터에 제출했지만 담당 직원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이 직원은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인정하지 않는 검사 방법"이라면서 "내일 출발하는 여객기를 다시 알아보라"고 말했다.
이에 이씨 일행은 하노이 중심가의 병원에서 제대로 검사를 받고 수령한 음성 확인서라면서 강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이들은 갑자기 접근해온 현지인 브로커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브로커는 "돈을 좀 주면 음성확인서를 받아 예정대로 여객기에 탑승할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1인당 400만동(23만 원)을 요구했다.
당초 검사를 받았던 하노이 시내 패밀리메디컬 병원에 낸 비용은 1인당 35만동에 불과했다. 이씨 일행은 대한항공도 이 병원에서 발급한 음성확인서를 인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조급한 마음에 브로커가 안내한 검사소로 향했다.
이들은 브로커가 안내한 병원에서 음성 확인서를 받은 뒤 공항으로 돌아와 여객기에 탑승했다.
추후 확인해보니 이 병원의 1인당 검사 비용은 15만 동에 불과했고, 브로커는 자신의 몫으로 나머지 85만 동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비엣젯 측은 "음성 확인서에 검사 방법과 관련해 '판비오(Panbio)’라는 생소한 단어가 있었다”며 “인천공항 검역소에 확인한 결과 '인정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어서 이같이 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천공항 검염소 측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인천공항 검역소 관계자는 "당일 비엣젯 측에서 판비오 검사법 인정 여부를 물어와서 '의사 감독 하에 하면 가능하니 승객에게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항공사 측은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비엣젯 수속 카운터 앞에 이씨 등 피해자들이 대기 중이었고 음성 확인서에는 담당 의사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
인천공한 검역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비엣젯이 현지의 상황을 잘 알 거라고 판단해 '그렇다면 인정하기 어려울거 같다'고 보수적으로 답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씨 일행은 항공사 직원과 브로커 간 모종의 연계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발권 오피스에 가자마자 브로커가 접근한 걸로 봐서는 항공사 직원과 브로커 간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음성 확인서에 문제가 있었다면 수속 카운터에서 다른 검사소를 알려주면 되는데 그러지 않은걸로 봐서는 의도적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월 26일 한국인 A씨 가족도 하노이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중 현지 브로커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했다.
A씨 가족은 귀국 전날 호텔 인근의 종합병원에서 국내 입국에 필요한 전문가용 항원검사(AG) 음성확인서를 받았으나 공항 체크인 과정에서 비엣젯 직원으로부터 "음성확인서가 영문이 아니라서 입국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이들도 현지인 브로커에 1인당 170만동을 주고 병원에서 음성 확인서를 받은 뒤에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처럼 베트남 공항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출국 수속 절차를 밟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자 한국대사관도 대응에 나섰다.
한국대사관은 최근 베트남 민간항공청(CAAV)에 "일부 베트남 측 항공사가 우리 정부의 지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사례가 다수 접수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대사관은 "코로나19 검사 및 음성확인서 발급에 지나친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에 대한 신고도 다수 들어왔다"면서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CAAV는 "각 항공사에 한국의 입국 지침을 재차 통보했고 주의를 촉구했다"고 대사관 측에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대사관의 이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피해 사례들이 끊이지 않아 더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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