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세관, 수상한 외환거래 포착 … 올해 2월부터 기획조사 펼쳐
- 유령회사 설립 뒤 수입 무역대금 지불 가장해 수백 차례 반복거래
29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서 열린 불법외환거래 적발관련 기자 브리핑에서 김재철 서울세관 외환조사총괄과장이 가상자산을 이용한 신종환치기 적발사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유령 무역회사를 차려놓고 수입대금 지불 명목으로 외환을 해외로 빼돌린 뒤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들여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하는 등의 수법으로 시세차익을 올린 불법 외환거래 사범이 무더기로 세관에 적발됐다. 이들 불법외환 거래의 대부분은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로, 적발 규모는 2조원이 넘는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지난 2월부터 세관의 자체 정보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외환자료를 바탕으로 기획조사를 벌여 총 2조715억원 규모의 불법 외환거래를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해외 소재 ‘가상자산 거래소’에서의 가상자산 구매와 관련한 불법 외환거래 사범 16명이 적발됐다.
적발 유형별로는 국내·외 가상자산 시세차익을 노리고, 시중 은행을 통해 무역대금으로 위장, 자금을 해외로 송금한 경우가 총 1조3040억 원 규모로 가장 많았다.
A씨는 지국내에 여러 개의 유령회사를 차린 뒤 화장품을 수입하는 것처럼 꾸미고 수입 무역대금 명목으로 은행을 통해 해외로 외환을 송금했다. A씨는 이 자금으로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하고 국내 전자지갑으로 이체한 뒤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하는 거래를 수 백 차례 반복, 50억 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해외에서 매수한 가상자산을 국내로 이전시켜 매도한 뒤, 특정인에게 자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환치기' 수법도 3188억 원 규모가 적발됐다.
해외 거주 공범이 국내 송금을 원하는 의뢰인들의 돈을 받아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산 뒤 국내에서 무등록 환전소를 운영하는 B씨의 전자지갑으로 이체하면, B씨는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팔아 국내 수취인들에게 계좌이체 또는 현금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해외 가상자산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자금을 받아 송금을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불법 송금 대행'과 해외로 출국해 현지에서 직접 외화를 인출하고 가상자산을 매수한 '불법 인출' 등의 유형도 각각 3800억 원과 687억 원 규모에 달했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운영하는 C씨는 모집 알선책을 통해 알게 된 가상자산 구매희망자 70여명으로부터 수년 간 4000억 원을 전달받았다. C씨는 전달받은 돈을 본인 소유 회사 명의의 수입 무역대금 지급을 가장해 은행을 통해 해외로 불법 송금, 10억 원 어치의 송금대행 수수료를 챙겼다.
이민근 서울세관 조사2국장은 “국내·외 가상자산의 시세차익을 이용하기 위한 외환거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며 “환치기 등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범죄에는 엄정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세청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첩 받은 23개 업체의 외환거래와 관련,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서울중앙지검 및 금융감독원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국외 재산도피, 자금세탁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관세청은 무역대금을 가장한 불법 외환거래 차단을 위해 ‘기업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은행 대상 ‘기업 수출입 정보’ 제공 서비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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