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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럽에 러시아 대신 천연가스 팔아 차익 챙겨

유럽, 올해 상반기 LNG 수입 급증...필요한 비축량 채울 수도
러시아 천연가스 멈추자 中에서 수입
경기 침체 고심하는 中, 남는 에너지 수출해 차익 챙겨

中, 유럽에 러시아 대신 천연가스 팔아 차익 챙겨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동부에서 촬영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천연가스 차단으로 에너지 위기에 몰린 유럽이 중국의 천연가스 덕분에 급한 고비는 넘겼다. 중국은 자체 생산한 천연가스와 러시아에서 수입한 가스를 유럽에 되팔며 막대한 이익을 챙겼으며 외신들은 유럽이 러시아 의존을 벗어나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원자재 시장조사기업 케플러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유럽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고 전했다. 유럽이 수입한 LNG 규모는 5300만t으로 중국 및 일본의 수입량을 넘어섰으며 덕분에 유럽 내 천연가스 비축률을 77%까지 올릴 수 있었다. 유럽 정부들은 지금같은 수입 추세라면 오는 11월까지 80%의 비축률을 달성할 수 있다.

LNG같은 원자재는 보통 선물시장에서 장기 계약으로 구입한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전에 사고 있던 러시아 천연가스를 더 사지 못하게 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러시아 역시 유럽으로 수출하던 천연가스를 계속해서 줄였고 유럽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운송량은 최대 용량 대비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러시아는 오는 31일부터 3일간 가스관 점검을 구실로 아예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의 공급량이 아예 ‘0’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겨울철을 앞둔 유럽은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선물시장대신 현물시장에서 마구잡이로 물량을 사들이고 있다. 여기에 물량을 대는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 광저우의 에너지기업인 조보그룹은 최근 유럽에 LNG를 대량 수출하면서 최대 1억달러(약 1347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인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은 지난 4월 실적발표에서 남는 LNG를 국제 시장에 내다 팔았다고 밝혔고 판매한 규모만 315만t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해외 시장에 재판매한 LNG 총량은 약 400만t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 6월 말까지 유럽이 반기동안 수입한 천연가스의 약 7% 규모다.

중국 역시 러시아 등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국가다. FT는 중국의 상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 수준이라며 코로나19 방역정책에 따른 경기 침체와 연료 수요 감소를 지적했다. 신문은 이처럼 국내 수요가 줄어들면서 남는 연료를 내다 팔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원인은 중국이 석탄을 비롯해 에너지 생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산시성은 올해 석탄 생산량을 1억t 가까이 늘려 13억t까지 증산했고 내년에도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친환경 전환보다 에너지 안보를 중시하면서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천연가스 생산량 역시 올해 전년 대비 7%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중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천연가스 규모는 국제 천연가스 시세 상승 때문에 올해 약 2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수입을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다른 시장에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팔면서 돈방석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인용해 러시아가 지난 7월 원유와 경유, 휘발유 등 석유 제품을 일평균 740만배럴 수출했다고 전했다. 이는 연초보다 일평균 약 60만배럴 감소에 그친 수치지만 수출액 자체는 더 늘었다. 러시아는 올해 월평균 2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지난해 월평균 수익 146억달러에 비해 37% 증가한 금액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