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제롬 파월(오른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8월 26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레이얼 브레이너드(가운데) 연준 부의장,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와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금융시장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AP연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8월 26일(이하 현지시간) 잭슨홀 연설이 시장의 금리전망 판도를 바꿔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8월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주말 내내 곱씹은 채권 투자자들이 29일 장이 열리자 연준의 강력한 금리인상은 내년에도 지속된다는 베팅으로 기울었다고 보도했다.
미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고, 연준이 빠르게 금리인하로 방향을 틀 것이란 기대는 저 멀리 사라졌다고 WSJ은 전했다.
강경발언 뒤에야 강력한 금리인상 의지 가격 반영
시장 흐름으로 볼 때 금융시장에서는 26일까지 파월의 강력한 금리인상 의지를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니몽고메리스콧의 채권전략책임자 가이 르바스는 "경기침체나 그런 비슷한 것이 일어난다고 해도 파월은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이는 그동안의 익숙한 (연준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르바스는 성장률이 둔화하면 연준이 구원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다고 지적했다.
기준물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6일 3.043%에서 29일 3.109%로 뛰었고, 연준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히 반응하는 2년만기 국채 수익률도 같은 기간 3.391%에서 3.427%로 상승했다.
단기 국채 수익률이 장기 국채 수익률을 앞지르는 장단기 수익률 역전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 전조현상으로 간주되곤 한다.
장단기 수익률 역전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파월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을 잡는데 정책을 집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예상 인플레이션은 급락
연준의 강력한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가 확인되면서 시장의 예상 인플레이션은 추락하고 있다.
채권 시장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을 나타내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연동 스와프 지표는 29일 올들어 처음으로 3% 밑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7월에도 CPI는 전년동월비 8.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연준이 강력한 금리인상을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투자자들이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향후 5년간의 장기 연평균 인플레이션 전망을 보여주는 이른바 5년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 역시 이달 초 오름세에서 역전돼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
9월, 0.75%p 추가 인상
연준이 강력한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 속에 9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또 다시 0.75%p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26일 파월 발언 직후 0.75%p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54.5%에서 60.5%로 높여 잡았고, 지금은 그 가능성을 약 75%로 더 높게 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확률이 고작 25%밖에 안된다고 판단했던 것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그림이다.
연준이 0.75%p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6월, 7월에 이은 3회 연속 0.75%p 금리인상이 된다.
연준의 최종 금리 목표 예상치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 달 전에는 내년 초에 연준 기준금리가 3.4%도 안되는 수준에서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봤지만 지금은 크게 달라졌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내년 연준의 첫번째 FOMC가 열릴 2월에는 기준금리가 3.7%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2024년까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고금리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을 바꾸고 있다.
한편 9월 2일 공개될 노동부의 8월 고용지표가 연준 금리인상과 관련해 또 한 번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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