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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이 부른 ‘혈세 유출’ 논란... 인수·매각 관여 관료 책임론 고개 [뚜껑 열린 론스타 판정]

추경호·김주현 등 의사결정 참여
한덕수는 론스타 법률대리 고문

한국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10년간 이어온 국제투자 분쟁에서 일부 패소해 3100억원(이자 포함) 가까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왔다. 대규모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관련 승인에 관여했던 전·현직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에서 수천억원대의 배상금을 지급한 전례가 없는 데다 10여년간의 소송에 따른 사회적 논란 등 보이지 않는 비용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당시 의사결정에 관여했던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 제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1년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협상을 할 때 승인 등을 담당했던 금융위원회 고위관료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론스타를 매각할 때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매각승인을 지연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해왔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협상을 할 때 승인 등을 담당했던 당시 금융위원장은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이었다. 부위원장은 추경호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사무처장은 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었다. 추 부총리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때 은행과장이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 고문이었다. 한 총리는 이날 "개인적으로 론스타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현 단계에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일단 소송을 10년 가까이 맡아왔던 법무부에서 그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정 결과에도 정부는 은행법에 규정된 매각승인 심사기간(60일)이 권고사항에 불과하고 서류보완 기간을 고려하면 기간을 초과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론스타 관련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의혹과 관련해선 감사원 감사와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이어졌지만 법원 판결을 거쳐 이미 무죄로 사법적 결론이 난 상태다. 형사처벌에 필요한 시효도 종료됐다.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와 별개로 정치적·도의적 책임 논란까지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3100억원 안팎을 정부는 한꺼번에 당장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 등 관련 기관이 론스타 측과 분할지급에 대한 협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판정문을 받은 뒤 120일 안에 판정무효 신청을 통해 이의제기도 가능하다.

imne@fnnews.com 홍예지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