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우 인산한의원 원장
한약재를 다루는 학문인 본초학(本草學)에서 이기약(理氣藥)으로 분류되는 약재들의 공통 특징은 바로 향기다. 즉 특유의 향, 냄새가 난다. 향기의 특징은 감출 수 없다는데 있다.
'연인의 사랑스런 눈빛과 특정 물건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는 감출 방법이 없다'는 속담도 있을 정도다. 향기를 감출 수 없다는 것은 확산하는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확산하는 힘이 우리 몸에서도 효과를 나타내는데 바로 기(氣)를 움직이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이기약(理氣藥)이라는 이름을 풀어보면 기(氣)가 수행해야 할 마땅한 이치(理)에 맞도록 해주는 약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능상의 강한 특징으로 인해 이기약으로 구분되어있지 않더라도 약재이름에 향(香)자가 쓰인 약재들 역시 특유의 향이 강한 약재이다. 예를 들면 사향(麝香)은 개규약(開竅藥), 즉, 막힌 곳을 뚫어주는 기능에 의해 개규약으로 분류되지만 특유의 강한 향(香)이 사향의 큰 특징이기에 사향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생각된다. 진피(陳皮), 목향(木香), 향부자(香附子), 침향(沈香)과 같은 약재가 이기약에 속한다. 진피는 감귤의 껍질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향기가 있는 약재이며, 나머지 약재에는 이름에 향(香)자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향이 진한 약재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팔각회향(八角回香), 정향(丁香·사진) 등 향자가 들어간 약재들이 있고, 박하(薄荷)와 같이 특유의 향이 강한 약재들도 많다.
이렇게 향이 강한 약재들의 공통 특징은 멈춘 것을 움직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막히고 흐르지 않는 것을 정체(停滯)라고 하는데, 정체로 인한 대표적인 증상을 수분정체(水分停滯)와 식체(食滯)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때 강한 향을 지닌 약재들이 멈춰있는 기와 혈을 움직이도록 만들어줘 수분 대사를 이롭게 하고 식체를 풀어 소화기능을 회복하게 만들어 준다. 몸이 붓거나 소화가 안될 때 감귤껍질과 같은 향기 나는 약재로 차를 만들어 마셔 보아도 좋다.
한진우 인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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