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여성들에 대한 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안군이 고아원에서 10대 소녀들을 잔인하게 때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지난 30일 밤(현지시간) 온라인에 유포된 후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BBC가 1일 보도했다. 폭행 모습을 담은 동영상. <사진 출처 : BBC> 2022.9.1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집단 구타하는 영상이 SNS에 올라와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영국 방송 BBC 등 외신은 지난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아시르주 카미스 무샤트에 위치한 한 보육원에서 경찰복과 사복을 입은 남성들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집단 구타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영상에는 남성들이 보육원 1층 야외 시설에서 뛰어가는 여성들을 붙잡아 벨트와 곤봉으로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한 남성은 여성의 머리채를 끌고 다녔고, 다른 남성이 이 여성의 두 발에 수갑을 채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영상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확산됐는데, 집단 구타가 발생한 정확한 시점과 구타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LQST 트위터 계정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영국에 본부를 둔 사우디 인권단체 ALQST는 여성들이 보육원의 열악한 시설과 인권 침해에 항의하자, 공권력이 보복성 구타를 했다고 영상의 게시자를 인용해 전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달 31일 아시르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는데, 일각에서는 주 정부 조사가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유럽사우디인권기구(ESOHR)는 성명을 통해 "이전에도 요양원 등의 기관에서 구타를 당한 여성들이 비슷한 침해 행위를 신고했지만, 위반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ALQST의 한 관계자는 "마치 남성 후견인 제도만으로는 여성들이 겪는 고통이 충분하지 않다는 듯, 남성 후견인 없이 보육원에 사는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기본권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로부터 얼마나 심각한 폭력을 당할 수 있는지가 이번 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