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5일(현지시간) 좌파 시위대가 에너지 가격과 생활비 폭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뉴스1
유럽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이 2일(이하 현지시간)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 재가동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한 충격에 5일 유럽 가스 기준물은 28% 폭등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가즈프롬 발표 충격이 처음으로 가스 가격에 반영된 이날 오전 네덜란드 시장에서 유럽 가스 기준물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274유로까지 치솟았다.
유럽 가스 가격 폭등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은 유럽 가스 공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해 유럽의 러시아 가스 수입물량 가운데 약 35%가 노르드스트림1을 통해 운반됐다.
그러나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에따라 유럽이 러시아 경제제재에 나서면서 러시아 가스 공급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맞대응으로 유지보수 등을 이유로 6월 이후 노드르스트림1 가스관 공급을 가동능력의 20%로 축소했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가스관 가동에 필수적인 터빈 수입이 멈춰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
가스 공급 감축으로 벌써부터 올 겨울 가스 공급 차질을 심각하게 우려하던 유럽은 3일 오전 가동재개 예정이던 노르스트림1 가스관 가동재개가 무기한 연기됐다는 러시아 발표로 패닉에 빠졌다.
겨울용 가스 확보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가스 수급 대란 우려가 고조돼 가스 가격이 30% 넘게 폭등했다.
가스대란은 유로 가치마저 흔들고 있다.
유로는 5일 유로당 0.99달러 선도 무너졌다. 20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영국 파운드는 파운드당 1.14달러까지 밀려 198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심각한 에너지 부족으로 유럽과 영국 경제 활동이 둔화되고, 정부 재정에도 타격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유로와 파운드 급락으로 이어졌다.
대규모 에너지 보조금
유럽 각국은 에너지 가격 폭등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에 나섰다.
독일은 4일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가계와 기업에 650억유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러시아 가스에 특히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공업 등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 중심인데다 가정용 전력 수요도 높다.
베렌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 홀거 슈미딩은 5일 분석노트에서 이전 지원까지 더하면 독일 정부의 에너지 보조금은 모두 950억유로 규모로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5% 수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번주 출범하는 리즈 트러스 영국 정부도 대규모 에너지 보조금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러스는 에너지 요금을 포함해 치솟는 생활비 보조를 위해 가계에 1000억파운드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 규모로 보조금이 확정되면 이는 정부가 팬데믹 당시 대규모 해고를 막기 위해 기업들에 노동자 고용 보조금으로 지급했던 300억파운드의 3배를 넘는 수준이 된다.
독일 프랑스, 가스·전기 나누기로
한편 독일과 프랑스는 에너지 위기에 맞서 양국이 가스와 전기를 나눠 쓰기로 했다.
AP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화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독일에 가스를 공급하는 대신 독일은 프랑스에 전기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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