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그룹, 이달 말~ 10월 초에 포르쉐 IPO 착수
최대 시총 116조원 가까이 추정, 우선주 25% 매각
전기차-자율주행차 전환 자금 마련 목적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 꼼수라는 비난도 있어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투트가르트-주펜하우젠의 포르쉐 공장에서 직원들이 포르쉐 911 모델을 조립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세계 2위의 자동차 생산 기업인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자사의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를 올해 안에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상장이 이뤄지면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인 동시에 유럽 증시에서 약 26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 그룹은 5일(현지시간) 발표에서 9월 말~10월 초에 폭스바겐 그룹의 자동차 브랜드 포르쉐AG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측은 구체적인 상장 시기에 대해 “추후 자본시장 변화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은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포르쉐AG의 주식을 50%의 보통주와 50%의 우선주로 나누었다. 폭스바겐은 보통주와 달리 투표권이 없는 우선주 25%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폭스바겐 그룹의 지주회사인 포르쉐SE가 자동차 제조사인 포르쉐AG의 보통주 25%에 1주를 더한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다. 포르쉐SE는 이 과정에서 약 7.5%의 웃돈을 지불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해당 IPO를 진행한 뒤 남은 지분을 계속 보유할 예정이다. 또한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12월에 특별주주총회를 소집해 보통주·우선주 공모로 확보한 금액의 49%를 특별배당하는 안건을 제안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포르쉐가 폭스바겐 산하 10개 브랜드 가운데 가장 수익성이 좋은 브랜드라며 상장시 시가총액이 600억~850억유로(약 82조∼116조원) 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미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는 시가총액이 전망치 최상단에 달할 경우 독일 증시 역사상 최대 IPO인 동시에 유럽 증시에서 1996년 도이치텔레콤(130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의 IPO라고 내다봤다.
폭스바겐 그룹은 이번 상장 결정에 대해 전기차 전환과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포르쉐SE를 통해 폭스바겐 전체를 지배하는 포르쉐·피에히 가문이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고 평가했다.
폭스바겐과 포르쉐는 모두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설립한 형제 기업이며 21세기 들어 서로 인수 경쟁을 벌였으나 결국 2009년에 폭스바겐이 포르쉐를 인수하면서 싸움을 멈췄다.
폭스바겐 투자사인 DWS의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헨드릭 슈미트는 유럽의 에너지 대란 등을 지적하며 자금 시장이 매우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환경에서 IPO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단지 포르쉐·피에히 가문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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