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민 구강민씨(28)가 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폭탄이 쏟아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을 지나 경주 방향 도로에서 침수된 차량을 구조하고 있다. 오프로드가 취미인 그는 이날 침수된 차량 8대를 구조했다. 2022.9.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물폭탄을 터뜨린 경북 경주에 홀연히 나타나 침수된 차량 8대를 구조한 시민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6일 뉴스1은 25톤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28세 구강민씨의 사연을 전했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전날 일을 쉬었던 구씨는 이날 아침 6시께 '비가 많이 내려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없나' 싶어 자신이 살던 경주시 동방동 주변을 돌아봤다.
구씨는 3~4년 전부터 흙이나 모래, 자갈이 깔린 산과 계곡 등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취미로 갖고 있었다.
큰 바퀴와 각종 장비로 튜닝한 구형 갤로퍼를 타고 경주시내를 순찰하다가 1시간쯤 지난 7시께 형산강 옆 나정교삼거리 복개도로에서 첫 침수 차량을 발견했다. 불어난 물에 둥둥 떠다니는 아반떼 승용차를 본 그는 차에서 내리지도 못한채 발을 동동 구르던 차주인 A씨에게 다가갔다.
구씨는 밧줄이나 쇠사슬로 무거운 물건을 끌거나 들어올리는 '윈치(winch)'로 침수된 차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이어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인근 도로가 침수됐다'는 소식을 들은 구씨는 한달음으로 달려가 소형차, 중형차, 수입 외제차, RV 등 이날 하루 동안 8대를 구조했다.
구씨는 "나도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고 운전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차량이나 운전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않느냐"며 "오프로드 동호회에서 서로 돕는 일이 습관처럼 몸에 밴 것 같다. 이런 재해가 두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만, 또 일어난다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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