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담합소지 있어 금지시켜
은행 ‘25% 판매룰’ 지키기 진땀
보험사는 실시간 대응 못해 불만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올해 1월부터 경쟁 사업자간 정보교환 행위를 막으면서 수 년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금융회사간 정보교환 행위가 금지됐다. 그동안 은행, 보험, 카드 등 금융회사들은 경쟁사간 상품 판매 정보 등을 교환했다. 영업 및 상품 전략, 시장 상황을 경쟁사 정보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정위가 제동을 걸면서 금융사들은 실시간 영업 전략 대응이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30일 카르텔 분야 8개 행정규칙을 제·개정하면서 은행권은 방카슈랑스 판매 정보, 보험권은 일별 상품 판매 추이, 카드권은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분기 업무보고서 등의 정보 교환이 막혔다. 공정위는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자는 경쟁사간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에 따른 정보교환 결과 시장의 경쟁이 부당하게 제한될 때 정보교류는 금지된다고 밝혔다.
또 모든 정보교환이 금지되는 것이 아닌 가격, 생산량, 원가, 출고, 판매량, 거래조건 등의 교환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각 협회 중심으로 이같은 내용을 각 금융사에 이미 전달했다. 은행권에서는 대표적으로 방카슈랑스 판매 정보 교환이 금지됐다. 은행들은 그동안 경쟁사의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보험상품 판매 정보를 파악했다. 특히 25%룰 때문에 이 부분이 더욱 절실했다. 25%룰이란 은행이 한 보험사의 상품을 25% 비중 이상 판매하면 안된다는 제도다. 은행들은 한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팔 수 없기 때문에 경쟁사에서 잘 팔리는 인기 있는 보험사의 상품 판매를 보고 이를 또 다른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써왔다.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판매 정보 교환은 또 보험사들의 상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은행에서 특정 상품이 잘 팔리는 것을 확인한 제조사(보험사)가 비슷한 상품을 만들거나 상품 가격을 조정해 가격 경쟁력을 더 갖추게 할 수 있다는 것. 은행권 관계자는 "판매대리점(은행)의 상품 판매 정보 교환을 보험사가 활용해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를 금지했다"고 전했다.
수 년간 이어져 온 실무자간 일별 상품 판매 정보교환도 금지됐다. 삼성생명 등을 제외한 생보, 손보 보험사들은 상품 판매 정보를 사실상 실시간으로 주고 받았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사 7~8개사들은 수 년간 판매 정보를 실무자 선에서 주고 받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단순 판매 정보 등은 수시로 교환한다"고 설명했다. 보험 업계 특성상 비슷한 상품으로 시장에서 경쟁을 하다보니 경쟁사의 판매 정보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정 상품이 갑자기 잘 팔리면 그것에 대한 대처를 바로 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 정보 교환은 영업 전략을 세우는데 중요한 수단이었다"고 전했다.
카드사들은 분기 업무보고서 교환이 금지됐다. 카드사들은 분기별로 금융감독원에 업무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곳에는 세부별로 영업현황이 모두 담겨 있다. 이 숫자들은 보통 2~3개월 뒤 외부에 공개된다.
카드사들은 감독원에 제출한 후 바로 이를 경쟁사와 교환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몇 달 뒤 공개될 내용이지만 미리 경쟁사의 영업상황을 보고 시장을 분석, 대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역시 담합의 소지가 있어 막히게 된 것.
금융권 관계자는 "수 년동안 해왔던 일상적인 행위들이 막히면서 영업 쪽 인력들이 경쟁사 정보를 찾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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