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49년 만에 멈춰
민관군 총출동 지원 나서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많은 비를 뿌리면서 6일 오전 경북 포항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 안이 침수돼 흙탕물이 가득 차 있다./사진=연합뉴스
역대 세 번째로 강력했다는 태풍 '힌남노'가 남기고 간 상처가 자못 크다. 이번 태풍으로 특히 심각한 피해를 본 곳은 경북 포항의 공장지대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등 중요한 산업시설이 자리 잡은 포항은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이어서 늘 재난의 위험이 도사린 곳이다. 그동안에는 큰 피해 없이 넘겼는데 이번에는 무사하지 못했다.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겨 가동이 중단되는 49년 만의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발전시설 등이 흙탕물에 잠겨 공장을 돌릴 수 없게 되자 제철소 측은 고로(용광로)에 열풍 공급을 중단하는 '휴풍'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고로 3기가 멈춰 섰고, 압연·열연 등 전체 공정이 중지된 것이다. 용광로가 멈춘 것은 1973년 첫 쇳물을 뽑아낸 후 49년 만에 처음이다. 하루 매출손실만 약 500억원에 이르고 완전 복구에는 한 달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포스코스틸리온, 현대제철과 OCI 등의 포항 공장들도 침수 피해를 당했다. 그러잖아도 어려운 시기에 수마까지 덮쳐 산업계는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철강제품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자동차나 선박 등 산업계 전반으로 연쇄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다른 지역에 있는 공장 가동을 늘려 공급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재난이 닥치면 늘 한마음으로 뭉쳤다. 민관군이 힘을 합쳐 하루속히 피해를 복구해 다시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 미증유의 재난을 당한 포항제철소 등도 비장한 각오로 복구에 매달려야 한다. 앞으로 4~5일이 지나면 고로의 쇳물이 굳어 재가동에 더 큰 비용이 든다고 하니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곧 시작되는 추석연휴조차 반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발 빠르게 포항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로 했다. 예비비 500억원도 편성했다. 그 밖의 다른 지원책도 모두 동원해야 한다. 다행히 다른 지역에서는 큰 피해가 없었다. 주민 대피, 위험지역 점검 등으로 미리 잘 대비한 덕이다. 2003년 태풍 매미가 닥쳤을 때 18명이 사망한 마산만 일대는 태풍을 무사히 넘겼다. 그 이후에 설치한 1㎞ 길이, 2m 높이의 차수벽 덕을 톡톡히 봤다. 대형 배수관을 만든 울산 태화시장도 침수 피해에서 벗어났다.
앞으로 자연재해의 강도와 빈도는 더 세지고 잦아질 것이다. 이변을 더 이상 이변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대형 천재지변이 반복해서 닥칠 수 있다. 현재의 방재대책으로는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규모가 커지는 재난만큼 대책도 더 치밀해야 하고, 기준도 높여야 한다.
포항의 피해사례는 산업계에 뼈아픈 교훈을 던졌다. 전국에 산재한 공단 지대 중 어디도 안전한 곳은 없다.
힌남노 이상의 폭우와 강풍에 대비한 방재시설을 미리 갖춰야 한다.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는 안일한 태도는 금물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자연재해로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을 겪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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