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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가족 찾기]"학교 갈 나이 지났는데...어떻게든 찾고 싶다"

[파이낸셜뉴스] "초등학교 갈 나이가 지났는데 아내가 아직도 학교를 안 보낸 거 같아요. 어떻게든 우리 딸 나영이(가명)를 찾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지난 2018년 당시 5살 나이였던 나영이와 헤어진 아버지의 말과 한숨에서는 답답함과 안타까움, 분노 등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생이별이 아닌 식구였던 사람이 딸을 데리고 가출해 지금까지 연락도 없이 숨었기 때문이다.

일은 지난 2018년 11월 12일 경남 인근의 나영이 집에서 벌어졌다. 그날 아버지는 쉬는 날이었고 아침에 볼일을 좀 보고 점심때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리곤 집에 있는데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 감이 풍성하게 열린 모습이 눈에 들어와 가족 모두를 호출했다고 한다. 감도 따고 사진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분위기가 달리진 것은 처가 식구들이 집으로 찾아온 이후였다. 아버지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지만 처가 식구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집 안으로 모시고 들어가서 같이 차를 마시며 표정이 좋지 않은 이유를 듣게 됐다. 아내가 큰돈을 빌리고는 지금까지 갚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아내를 다그쳐 물었으나 횡설수설하기만 해 앞뒤 사정을 알 수가 없었다. 돈을 빌렸으니 갚아야겠지만 일단은 처가 식구들을 달래기 위해 함께 밥을 먹으러 외출을 했다. 두 아이와 아내는 동행하지 않았다.

외출 이후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큰딸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다.

아버지는 "큰 애의 말로는 아내가 울면서 짐을 챙기더니 나영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고 한다. 큰 애가 동생을 두고 가라고 했더니 아내는 나영이가 어리니 엄마가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버지는 아내와 딸을 찾기 위해 수소문했다. 경찰에 신고도 하는 등 백방으로 알아봤다고 한다. 하지만 알게 된 단서라고는 아내가 나영이를 데리고 부산 금정구 부산종합버스터미널로 갔고 거기서 전북 전주로 가는 버스를 탔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아내가 나영이를 데리고 아는 사람도 없는 전주로 간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다. 가장 빠른 차가 전주행 버스였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며 "나영이를 찾기 위해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 전주를 여러 번 갔다. 전단지를 돌리고 미용실, 편의점, 마트 등을 찾아가 물어봤지만 봤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중에 알게 됐지만 처가 이외에도 주변 지인들한테도 돈을 많이 빌렸더라.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을 건데 그 많은 돈을 빌려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며 "혹시 나영이가 학교에 가야 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지금은 그 돈을 모두 갚았다"고 했다.

나영이가 사라진 지 5년째가 됐지만 아직 목격자는 물론이고 생활반응조차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는 없고 나영이는 이제 10살이 됐지만 아직도 학교를 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내가 너무 바쁘고 해서 집에 신경을 못 써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게 아니냐고 자책하기도 했다. 그래서 돌아오기만 하면 잘하겠다며 일도 열심히 하고 담배도 끊었다. 그런데 이제는 화가 나기도 한다"며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거 같은데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