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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시아 천연가스 가격상한 논의 결렬...동유럽 반발

EU,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가격상한 적용 위해 긴급 회의
헝가리 등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동유럽 국가 반발
푸틴 "가격상한 참여하면 석유든 천연가스든 다 끊을 것" 위협

EU, 러시아 천연가스 가격상한 논의 결렬...동유럽 반발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EU 에너지 장관들이 긴급회의 전에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추모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러시아 석탄과 석유에 이어 천연가스 매출을 차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헝가리를 비롯한 러시아 자원에 의존하는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서유럽 국가들이 제시한 천연가스 가격상한제로 에너지 공급이 끊길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에너지 장관들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가격상한제 도입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앞서 EU는 지난 4월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다고 합의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EU는 이후 회의에서 오는 12월 5일부터 러시아 석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약속했으나 천연가스 수입에 대해서는 논의를 마치지 못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천연가스 수입량 가운데 러시아산은 전체 대비 각각 49%, 46%였다.

지난 2일 주요7개국(G7) 재무장관들은 러시아 석유에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러시아산 석유에 상한가를 적용해 이를 넘어서는 금액으로 러시아 석유를 거래할 경우 금융 및 운송, 보험 등에서 불이익을 가하는 제도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일 발표에서 EU가 러시아 천연가스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에 모인 각국 대표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 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는 천연가스 가격을 조정하거나 공급을 제한해 방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로부터 많은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헝가리,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는 천연가스 가격상한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페테르 씨야르토 헝가리 외교부 장관은 "만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만 가격 제한이 정해진다면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바로 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등은 천연가스를 포함해 모든 수입 가스 물량에 상한액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로베르토 친골라니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은 "15개국이 수입 가스 전체에 가격상한제를 적용하는 데 지지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에 네덜란드는 "광범위한 가스 가격상한제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러시아산 가스 가격상한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한 국가는 러시아와 인접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로 구성된 발트 3국이다.

EU 국가들의 견해 차이는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거칠어질수록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EU 집행위의 천연가스 가격상한제 소식이 나온 당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7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에너지 공급을 끊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우리의 경제적 이익에 반한다면 천연가스, 석유, 석탄, 휘발유 등 아무것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 재무부는 9일 석유 가격상한제 예비지침을 발표했다. 재무부는 러시아산 석유를 상한액보다 높은 가격에 주고 매입한 구매자가 이를 속이려고 가짜 증빙자료를 제공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재 대상이 된 구매자 정보는 석유 가격상한제에 참여하는 국가가 공유하기로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