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동연구진, 기후위기 티핑포인트 연구결과 발표
16개 위험요소 중 5개는 이미 한계치 근접
탈탄소화 위해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해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남극의 얼음들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구온난화 현상을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는 몇 도일까.
티핑 포인트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 2도 상승이 아니라 1.5도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럽 공동연구진은 지구의 기온상승 데드라인을 2도로 정한 파리협정보다 더 강력하게 제한해 1.5도 이하로 온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13일 유럽 공동연구진에 따르면 연구진은 "현재 16가지 위험 요소 중 5가지는 이미 티핑 포인트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또 "0.1도씩 기온이 상승할때마다 위험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볼린 기후연구센터와 영국 엑서터대학 글로벌 시스템 연구소,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공동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와 영국 엑서터대학에서 열린 '티핑 포인트 : 기후 위기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콘퍼런스에서 공개했다.
엑서터 대학의 글로벌 시스템 연구소 팀 렌튼 소장은 "이번 연구는 세계가 기후 전환점을 통과하는 위험을 막기 위해 경제의 탈탄소화를 근본적으로 가속화해야 한다는 강력한 증거"라며 "이를 위해서는 이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절반으로 줄여야
이번 연구결과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파리협정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뒷받침해준다.
세계 195개국은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1.5도로 제한해 티핑 포인트 위험을 50%로 낮추려면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순제로에 도달해야 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6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온도보다 2도 올라가면 기후 전환점을 촉발할 위험이 높으며, 2.5~4도 올라가면 매우 위험하다.
연구진은 기후 티핑 포인트가 처음으로 제기된 2008년 이후 발표된 200개 이상의 논문을 종합 검토해 기후 전환점과 한계치 온도, 시간 및 영향에 대한 증거를 종합했다. 이를 통해 잠재적인 티핑 포인트 목록을 9개에서 16개로 늘렸다. 연구진은 인류가 살아가면서 탄소를 배출해 이미 지구를 '티핑 포인트' 위험 지대로 밀어넣었다고 결론지었다. 다시말해 기온이 1도 올라갔을때 지구는 이미 안전한 기후 상태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즉, 유엔의 파리 협정에서 목표했던 온난화를 2도 이하, 가급적이면 1.5도로 제한하는 것 조차도 위험한 기후변화를 완전히 피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스톡홀름 볼린 기후연구센터의 데이비드 암스트롱 맥케이 박사는 "16가지 위험요소 중 5가지는 1.1도 상승한 현재 이미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린란드와 남북극지역 영구 동토층의 해빙, 캐나다 래브라도 해의 대류 붕괴, 열대 산호초의 대규모 소멸 등이다. 그는 또 "1.5도 상승할 경우 4가지 일들이 추가로 일어날 수 있으며, 5가지가 연쇄적으로 더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온실가스 배출량을 즉각 줄인다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설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일부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fnDB
생물물리학시스템 과거로 되돌릴 수 없어
연구진은 고기후 데이터와 현재 기후관측, 기후모델 등의 다양한 결과를 조사했다. 여기에서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데 관련된 16개의 주요 생물물리학시스템이 지구 스스로 변화하는 전환점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비록 기온이 상승하는 것을 멈춘다하더라도, 일단 빙상이나 해양 또는 열대 우림이 전환점을 지나면 계속해서 새로운 상태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전환점에 도달하는 시간은 각 시스템마다 수십년에서 수천년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생태계와 대기순환 패턴은 빠르게 변화할 수 있지만, 극지방의 얼음이 녹는 것은 더 느릴지라도 해수면 상승은 피할 수 없다.
연구진은 티핑 포인트 요소를 남극과 아마존 열대우림처럼 지구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9가지로 분류했다. 이 9가지 요소들이 지역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7가지 시스템을 꼽았다. 이 7가지는 서아프리카 몬순과 적도 주변에 있는 산호초의 죽음 같은 것이다.
2008년 평가와 비교해 캐나다 래브라도해 대류와 남극 동빙하 분지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반면 북극 여름 해빙과 엘니뇨 남방진동 등은 역학적인 증거가 부족해 제외됐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 연구소 리카르다 윈켈만 연구원은 "지구 시스템의 많은 티핑 요소들이 상호 연결돼 있어 계단식 티핑 포인트를 추가적인 위험요소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상호작용은 장기적인 개별 티핑 포인트 요소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하는 한계 온도를 더 낮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세계는 2~3도의 지구 온난화를 향해 가고 있다"며, "살기 좋은 지구환경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가능하게 하려면 티핑 포인트를 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 동아제르바이잔주 우르미아 호수가 메마른 가운데 호수 바닥에 선박이 버려져 있다. /연합뉴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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