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ℓ당 300~500원 인상 가능성 높아
도미노 '밀크플레이션' 식탁경제 덮칠듯
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정부와 생산자단체, 유가공업계 등은 원유 가격 인상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 이르면 다음달 우유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우유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와 낙농가, 유가공업계가 내년부터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그동안 멈춰 섰던 원유 기본 가격 인상 논의가 재개됐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밀크플레이션은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우유나 버터, 치즈를 재료로 만드는 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다.
서민 식품 흰 우유 1L, 3천원?
1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낙농육우협회(낙농협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 방침에 반대하던 생산자 단체가 최근 정부 방침에 합의하면서 추석 연휴가 끝나고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낙농협회는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 방침에 동의하면서도 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 생산비 부담에 따른 원유가격 인상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 협상을 조속히 시작해달라고 유업체에 강하게 요청하는 등 사실상 생산비 인상분을 원유 가격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원유 가격은 2020년 이월된 생산단가 인상분 1L당 18원에 더해 올해 상승한 생산단가 34원까지 합쳐 52원±10%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낙농가에서는 최고 수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원유 가격 인상 분이 확정되면 유가공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8월에도 원유 가격이 상승하자 서울우유를 비롯해 동원F&B,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의 유업체들이 우유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 바 있다.
올해는 가격 인상폭이 지난해(21원, 2.3%) 대비 두 배 이상이라 시중 우윳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서울우유가 흰 우유 1L의 제품 가격을 200원가량 올렸는데 올해는 최대 500원 안팎까지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1L짜리 흰 우유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3000원을 넘어선다.
원유 가격 인상은 치즈와 버터를 재료로 하는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힘들어하는 서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개편이 '관건'
한국낙농육우협회 서울우유연합지회 회원들이 8월 12일 서울 중랑구 서울우유 본사에서 열린 '낙농 기반 사수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정부와 낙농협회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과 원유가격 결정방식 개선,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개편 등을 놓고 세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골자로 하는 낙농제도 개편을 위해 낙농단체·유업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낙농협회 간 갈등이 커졌고, 협회의 장외 투쟁과 함께 상호 대화가 중단되기도 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농식품부와 낙농협회는 이달 초 한 달여 만에 재개한 대화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함께 하며 실마리를 찾았다.
도입 초기 생산량을 기준으로 195만t은 음용유 가격을, 추가 생산되는 10만t은 가공유 가격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생산비에만 연동해 가격을 결정하는 현행 생산비 연동제는 생산비 외에 수급 상황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가격결정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특히 '낙농가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는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의 약속에서 진정성을 확인한 낙농협회는 긴급이사회를 거쳐 이달 7일 204일 만에 여의도 농성장을 자진 철거하고 생산성 있는 협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향후 낙농진흥회 내에 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개편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원유 가격 협상도 소위원회를 통해 진행할 방침이다. 낙농협회도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와 함께 논리적 대안을 마련해 제도시행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유업체별 음용유·가공유 구입 물량 등을 비롯해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등 세부적인 사안을 놓고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언제든 협상이 틀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석 연휴 이후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열고 세부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생산자와 유업체가 걱정하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검토해 지속 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실행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