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하며 왕세자 신분에 오른지 64년만에 영국 국왕으로 즉위한 찰스 3세. 자료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하며 찰스 3세가 왕세자 신분에 오른지 64년만에 영국 국왕으로 즉위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에 오른 찰스 3세는 10일 즉위식을 거쳐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대관식 일정은 여왕의 장례가 끝난 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첫 TV 대국민 연설에서 “평생 헌신하겠다는 어머니의 약속을 오늘 여러분에게 되풀이하겠다”며 “충성심과 존중, 사랑으로 영국인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힌 찰스 3세는 12일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조문과 즉위 축하 인사를 받았다. 또 이번 주 잉글랜드와 함께 영국을 구성하는 북아일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 등도 방문해 통합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찰스 3세는 즉위 직후 장남인 윌리엄 왕자를 왕세자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에 봉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10일 “찰스 3세 국왕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도와 여왕과의 추억을 기리겠다”고 말했다.
왕실의 수장이 된 찰스3세는 왕실 재산을 관장하게 되는데, 미국 경제지 포천과 CNBC 등에 따르면 왕실 소유 총자산은 지난해 기준 약 280억 달러(약 39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법에 따라 국왕과 그 승계자는 상속세를 면제받는다.
하지만 왕실 재산은 군주를 포함한 왕실 가족이 임의로 처분할 수 없으며, 왕실의 재정 운영은 영국 재무부가 지급하는 교부금으로 이뤄진다. 2021~2022 회계연도에 왕실에 지급된 교부금은 약 8600만 파운드(약 1380억원)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남긴 약 5억 달러(약 6915억원)의 개인 재산 중 자신의 몫만 쓸 수 있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입헌군주제 전통에 따라 현실 정치에 직접적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달리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그는 오랜 시간 환경과 문화재 보호 분야 등에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펼치며 ‘간섭하는 왕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2018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군주가 되는 것과 의견 표명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다이애나비의 그림자는 찰스 3세가 극복할 과제다. 찰스 3세와 다이애나는 1981년 결혼해 두 아들을 얻었지만 96년 이혼했다.
다이애나와의 이혼은 영국인들이 찰스 3세에 등을 돌리고, 그가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에 비해 국민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게 한 결정적인 사건이다.
다이애나는 97년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에게 쫓기다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며, 찰스 3세는 오랜 연인이던 카밀라 파커 볼스와 2005년 재혼했다. 카밀라는 결혼 뒤에도 과거 다이애나가 사용했던 ‘프린세스 오브 웨일스’ 대신 ‘콘월 공작부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지만 이번에 남편의 즉위로 왕비에 올랐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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