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GDP 반토막'예상과 달리
군수·물류산업 눈에 띄게 살아나
개전초 중앙銀·정부 기민한 대응
인플레 막고 전비 조달길도 열어
금융시스템 정상 작동도 긍정적
우크라이나 병사가 13일(현지시간) 최근 수복한 동북부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군용차량 위에 올라 '승리의 V' 사인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대대적인 반격으로 격전지 하르키우주의 일부 마을을 러시아로부터 탈환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전황을 유리하게 뒤집은 데서 그치지 않고, 경제 역시 빠르게 안정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순식간에 점령해 친러 정권을 세운다는 계획이 틀어진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전쟁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류, 90% 이상 회복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우크라이나 물류업체 노바포슈타의 사례를 들었다. WSJ에 따르면 노바포슈타는 현재 택배 물량이 전쟁 이전 수준인 하루 100만건의 90% 수준까지 회복했다. 물류는 '경기동향 풍향계'라는 별명이 있다. 물류가 줄면 경기가 하강하는 전조로, 물류가 늘면 경기가 팽창하는 신호로 본다.
쑥대밭이 됐던 우크라이나 산업이 다시 살아난 것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전쟁 덕이다. 가동이 멈췄던 공장들이 군납으로 전환하면서 되살아났다. 정부의 신속한 정책 대응과 강력한 군의 저항, 우크라이나 기업들의 탄력적인 대응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경제가 회생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공세로 전환한 데다 경제가 안정을 찾으면서 시민들의 사기는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연초만 해도 우크라이나 경제는 붕괴하는 것으로 보였다. 올 국내총생산(GDP)은 반토막 날 것으로 우려됐다. 여전히 지난해에 비해 30%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반등에 성공해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키이우경제대학의 티모피 밀로바노우 학장은 "상황이 좋지 않지만 안정을 찾고 있다"고 밀했다. 밀로바노우 학장은 "경제가 (전쟁에)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리한 전황에 경제도 살아나
우크라이는 개전 초 수개월간 수세에 몰렸다. 러시아가 동시 다발적인 공격에 나서면서 수도 키이우를 지키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러나 이후 방어에 성공하면서 전선이 안정되고, 최근에는 대규모 공세로 전환해 전선이 러시아 접경지역으로까지 이동하는 등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
이는 경제에 상당한 보탬이 되고 있다. 밀로바노우는 "전선에서 50㎞, 또는 100㎞ 떨어져 있으면 미사일 공격이야 피할 수 없겠지만 러시아군이 당장 내일 밀어닥칠지 모른다는 공포에서는 벗어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과 재무부의 신속한 정책 대응 역시 개전 초 위기를 빠르게 진정시키는데 큰 보탬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없었다면 경제가 지금보다 더 큰 재앙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은행(NBU)은 전쟁이 터지자 곧바로 자본 통제에 나섰고, 우크라이나 통화인 흐리우냐 가치를 미국 달러에 연동시키는 페그제를 실시했다. 흐리우냐 폭락으로 수입물가가 뛰고, 이에따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대응이었다.
NBU는 아울러 통화발행을 통해 정부가 전비를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해외 국채 발행으로 외부자금 수혈이 불가능해지고, 국내 경제 파괴로 세수도 사실상 실종된 상황에서 동원한 고육책이지만 전비 조달이 가능해졌다.
우크라이나 재무부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법인세를 깎아줬고, 판매세와 수입세 부과도 잠정 중단했다.
전시에 부족한 물품 수입을 독려하고, 기업들의 생산활동과 소비자들의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과감한 대응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경제활동이 차츰 안정을 찾아가자 이제 서서히 세금을 이전 상태로 되돌리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가 침공에 앞서 우크라이나 금융망을 파괴하기 위해 은행 등을 해킹했지만 이같은 공격에도 아랑곳없이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역시 경제 안정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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