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속 상사에게 지속적인 성적 발언과 성추행을 당하다 결국 극단선택을 한 피해자에게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금을 지급했더라도 가해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근로복지공단이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B씨는 같은 연구원 소속 직장 상사인 A씨로부터 입사 후 2년 3개월 간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고, 이후 약 2년 간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2017년 9월 결국 극단선택으로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B씨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유족에게 보험금 1억 6000여만원을 지급한 뒤 산재보험법 조항에 따라 A씨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A씨가 산재보험법이 정한 구상의 상대방인 '제3자'인가가 쟁점이었다. 산재보험법에는 피해자를 대신해 공단이 '제3자'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나, 동일한 사업주에게 고용된 동료 근로자는 법상 '제3자'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기존 판례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 사건 가해행위처럼 명백한 '고의'라고 하더라도 같은 사업주에게 고용된 동료 근로자는 법상 '제3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상권 제도는 가해자를 처벌·응징을 위한 제도가 아니고, 가해 행위가 과실이 아닌 '고의'일지라도, 그 사회적 비난 가능성의 기준이 모호해 예외를 인정할 경우 산재보험의 법정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동료 근로자의 가해행위로 인한 업무상 재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 책임을 지는 것이 공단의 사회보험적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한다고 봤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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