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조봉행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한국 출신 마약왕, 범죄인 인도로 구속기소'. 2011년 6월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검찰이 기소한 사람은 남미의 작은 국가 수리남에서 마약을 밀매한 조봉행이다. 에미상의 장벽을 깬 '오징어 게임' 못지않게 주목받는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은 조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극적인 전개를 위해 허구와 과장을 섞었다.
수리남은 전편 개봉 3일 만에 전 세계 6위까지 올랐다. '오징어 게임'보다 빠르다. 넷플릭스는 멕시코의 전설적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나르코스(Narcos)'를 방영한 적이 있다. 나르코스는 마약상이라는 뜻이다. 수리남의 영어 제목은 'Narcos-Saints'인데, 번역하면 '마약 파는 성자들' 정도가 될 것이다. 황정민이 연기한 전요환(조봉행)은 극중에서 한인교회의 목사로 위장, 마약을 거래한다.
1952년생인 조씨는 1980년대 수리남에 8년 동안 거주하며 선박 냉동기사로 일했다고 한다. 잠시 귀국했다가 빌라 건축사기로 수배를 받자 수리남으로 도주했다. 현지에서 이런저런 사업을 하던 끝에 마약에 손을 댔다. 남미 최대 마약조직인 칼리 카르텔과 손잡기도 했다. 금세 수리남 마약계의 거물이 됐다. 고위층과 군, 경찰과도 두터운 친분을 맺었는데 실제 보우테르세 대통령과도 친했다고 한다.
조씨는 수리남 한국 동포들을 통해 국내에서 운반책을 모집했다. 보석 원석을 유럽으로 운반해주면 400만~5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 100여명을 모았다. 조씨의 행각은 이내 꼬리가 잡혔다. 지인의 소개로 영문도 모른 채 마약을 운반하다 옥살이를 한 주부 장모씨 때문이었다.
장씨는 프랑스 공항에서 잡혀 카리브해의 외딴섬에 2년 동안 수감돼 갖은 고생을 하다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장씨 이야기는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국제 공조수사로 체포된 조씨는 2011년 5월 국내로 압송돼 10년형을 받고 복역 후 만기 출소해 수리남으로 다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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