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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등 전기차 업계, 美 배터리 확보 안간힘...재활용에 눈길

韓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업들, 美 재활용 업체 투자 늘려
바이든 정부 보조금 요건 맞추려 안간힘
재활용 배터리라도 미국산이면 'OK'
재활용 업체 살아남기에는 폐기 물량 모자라, 사업성 의심

韓 등 전기차 업계, 美 배터리 확보 안간힘...재활용에 눈길
지난 2018년 3월 19일 미국 미시간주 레이크오리온의 제너럴모터스(GM) 공장에서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에 배터리가 장착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미국의 폐배터리 재활용업체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안에서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조건을 맞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산 배터리를 대체해 관련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미국의 배터리 재활용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들을 소개하며 외국 기업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에 설립되어 현재 미 조지아주 코빙턴에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운영중인 어센드 엘리먼츠는 독자적인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이다. 해당 기업은 최근 SK에코플랜트(전 SK건설)와 재규어 랜드로버 등으로부터 3억달러(약 4182억원)가 넘는 자금을 투자받았다. WSJ는 어센드의 기업가치가 이번 투자로 5억달러 이상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켄터키주에서는 10억달러 규모의 어센드 신공장이 건설중이다.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J.B. 스트라블도 배터리 재활용 업체 레드우드 머티리얼스를 이끌고 있다. 레드우드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피델리티 등으로부터 4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7억7500만달러(약 1조805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레드우드는 현재 35억달러를 들여 네바다주에 배터리 부품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미 증시 상장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동시에 호주 광산업체인 글렌코어로부터 2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라이사이클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뉴욕,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오하이오·앨라배마주와 노르웨이, 독일에도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WSJ는 정치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기술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이다. 친환경 경제 전환 등을 담은 해당 법안에는 신규 전기차 구매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가 담겼으나 3가지 조건이 붙었다. 보조금을 전액 받기 위해서는 구입하는 자동차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어야 하며 배터리 광물과 부품을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 한다. 광물과 부품 요구 조달 비율은 2023년 기준으로 각각 40%, 50%로 시작해 광물은 2027년 기준 80%, 부품은 2029년 100%까지 오른다.

해외 전기차 제조사들은 보조금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서 배터리용 광산을 마련해야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환경문제 때문에 신규 광산 확보가 어렵다. 아울러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사실상 지배하는 만큼 미국용 전기차 판매를 위해 새로운 배터리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어센드의 마이크 오크론리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과 협상하는 분위기가 바뀌었다”면서 “중요한 배터리 재료들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이 더욱 시급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재활용업체들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다국적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대량 생산된 1세대 양산 전기차들의 배터리가 폐기되려면 2030년 중반까지 기다려야 한다. 결국 폐배터리 업체들은 그동안 배터리 생산업체에서 받은 부산물로 버텨야 하며 노트북이나 기타 가전제품의 배터리는 업계 전체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