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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에 고물가까지 덮쳐 "미국유학 포기할까봐요"

환율 1400원 육박.. 유학생도 부모들도 고통

'킹달러'에 고물가까지 덮쳐 "미국유학 포기할까봐요"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90.9원)보다 2.8원 상승한 1393.7원에 마감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가파른 고환율에 식비까지 아끼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텨할 지 막막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천장을 뚫고 가파르게 치솟자 해외 유학생, 기러기 가족 등 곳곳에서 악소리가 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 턱밑까지 치솟으면서 가계나 기업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 이른바 '킹달러' 현상으로 원화값이 하락하면서 달러로 환전하는 비용이 급증, 재정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40여년만에 미국을 덮친 인플레이션 공포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까지 낳으면서 가계와 기업을 옥죄고 있다.

미국 유학생 "집세 내기도 버거워.. 부모님께 손내밀어"

15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97.9원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난 2009년 4월 1일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리먼사태'로 야기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환율이 오르면서 유학생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2월 아내와 2살난 자녀를 데리고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최모(31)씨는 최근 껑충 뛴 환율로 평소보다 한달 생활비가 무려 70~80만원 가까이 더 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월에 비해 환율이 200원 이상 오르면서 집세 내기도 버거워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생활물가까지 오르면서 식비까지 아껴야 하는 '이중고'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최씨는 "물가 상승까지 겹쳐 장학금을 받아도 집세 내기가 빠듯해 부모님께도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부를 위해 유학을 왔지만, 정작 고환율로 가계 부담이 엄청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2년 6개월째 수의대를 다니고 있는 20대 유학생 박모씨는 최근 미국을 휩쓴 인플레이션 쓰나미로 이전에 10달러 정도면 해결할 수 있던 식비가 15달러 수준으로까지 부담이 커지면서 허리띠 졸라매기 나섰다.

마트는 마감 세일이나 폭탄 세일할 때만 장을 보고, 학교에서 집에오면 아예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그 좋아하던 여행도 안간 지 1년이 넘었다고 한다.

박씨는 "유학 생활을 선택한 것에 회의감이 든다. (유학) 초기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힘들었고, 이제는 환율과 물가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기러기 아빠 "용돈 아껴 생활비 더 보내요"

기러기 아빠인 40대 직장인 김모씨도 고환율 파고로 한국에서의 생활비를 줄여 70~80만원 정도를 아내와 자녀의 생활비와 용돈으로 더 보내고 있다.

직업상 해외 체류할 때가 많은 항공사 승무원도 고환율 상황에 힘겨워하고 있다.

국내 대형항공사 승무원 박모(26)씨는 미국령인 괌이나 사이판 등으로 비행이 잡히면 걱정부터 앞선다고 한다. 실비로 지급되는 현지 체류비로는 감당이 힘들기 때문이다.

박씨는 "과거에는 해외공항에서 저렴한 면세점을 이용했는데 물가가 오르고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지금은 (면세점 이용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20대 승무원 A씨는 비행 전 항상 간식을 미리 챙기거나 저렴한 현지 식당을 찾느라 발품을 팔고 있는 실정이다.

신혼여행객들에게 고환율은 버겁기 마찬가지다.
최근 해외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30대 직장인 B씨는 비싼 물가와 고환율로 현지 식당에서 식사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대부분 끼니를 테이크아웃해서 숙소에서 먹었다"고 했다. 이밖에도 달러로 물품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일부 기업도 치솟은 환율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겪고 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