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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덮친 킹달러…유학생들 "나 돌아갈래" [널뛰는 환율에 커진 불확실성]

서민들 高물가 감당도 벅찬데… 환율 치솟으며 송금비용 급증
해외체류자는 돈 아끼기 안간힘

"월 생활비 100만원 늘어 한국 부모님에 손벌려" 30대 美 유학생
"미국령 비행 잡히면 걱정 면세점 이용 꿈도 못꿔" 20대 승무원
"가족 위해 내소비 줄여 월 80만원 더 보내" 40대 기러기 아빠

"가파른 고환율에 식비까지 아끼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막막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천장을 뚫고 가파르게 치솟자 해외유학생, 기러기 가족 등 곳곳에서 '악' 소리가 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 턱밑까지 치솟으면서 가계나 기업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 이른바 '킹달러' 현상으로 원화값이 하락하면서 달러로 환전하는 비용이 급증, 재정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40여년 만에 미국을 덮친 인플레이션 공포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까지 낳으면서 가계와 기업을 옥죄고 있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97.9원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난 2009년 4월 1일 이후 13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리먼사태'로 야기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환율이 오르면서 유학생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2월 아내와 두살 난 자녀를 데리고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최모씨(31)는 최근 껑충 뛴 환율로 평소보다 한달 생활비가 70~80만원 가까이 더 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월에 비해 환율이 200원 이상 오르면서 집세 내기도 버겁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활물가까지 오르면서 식비까지 아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최씨는 "물가상승까지 겹쳐 장학금을 받아도 집세 내기가 빠듯해 부모님께도 손을 벌리고 있다"며 " 가계부담이 엄청 늘어나서 점점 조급해지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2년6개월째 수의대를 다니고 있는 20대 유학생 박모씨는 최근 미국을 휩쓴 인플레이션 쓰나미로 이전에 10달러 정도면 해결할 수 있던 식비가 15달러 수준으로까지 부담이 커지면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마트에서는 마감세일이나 폭탄세일 할 때만 장을 보고, 학교에서 집에 오면 아예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지금은 생활비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모임도 거의 안한다고 했다.

박씨는 "유학 생활을 선택한 것에 회의감이 든다”며 “초기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힘들었고, 이제는 환율과 물가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러기 아빠인 40대 직장인 김모씨도 고환율 파고로 생활비를 줄여 70만~80만원 정도를 아내와 자녀의 생활비와 용돈으로 더 보내고 있다.

직업상 해외체류를 할 때가 많은 항공사 승무원도 고환율 상황에 힘겨워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승무원 박모씨(26)는 미국령인 괌이나 사이판 등으로 비행이 잡히면 걱정부터 앞선다고 한다. 실비로 지급되는 현지 체류비로는 감당이 힘들기 때문이다. 박씨는 "과거에는 해외공항에서 저렴한 면세점을 이용했는데 물가가 오르고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지금은 (면세점 이용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혼여행객들에게도 고환율이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해외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30대 직장인 B씨는 비싼 물가와 고환율로 현지 식당에서 식사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대부분 끼니를 테이크아웃해서 숙소에서 먹었다"고 했다. 이 밖에 달러로 물품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일부 기업도 치솟은 환율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겪고 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