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역무원 살해사건 발생한 신당역 화장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5일 오후 전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모씨가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뒤쫓아가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2022.9.15 yatoya@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남성 전 모 씨(31)가 범행 전 약 3년간 피해자에게 만남 강요와 협박성 내용이 담긴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300통 이상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씨는 2019년부터 피해자 A(28)씨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 세례를 퍼부었다. 주로 ‘만나달라’ ‘친하게 지내고 싶다’ ‘친구로 지내자’는 내용이었지만, 강요나 협박에 해당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해진다.
A씨 변호를 맡았던 민고은 변호사는 중앙일보에 “2019년 11월부터 첫 고소를 하던 지난해 10월까지 A씨에게 전달한 전화·문자메시지가 350여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민 변호사는 "피해자가 연인이 될 생각이 없다고 말하자 오히려 전씨의 연락 시도가 집요해졌다"며 "전씨는 연인 관계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는데, 실은 입사 동기 사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0월7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전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가 만남을 거부하자 전씨는 '불법촬영물이 있다'며 협박하고 만날 것을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전씨를 긴급체포한 경찰은 이틀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전씨의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전씨는 구속 영장이 기각된 이후 A씨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문자 메시지도 약 3달간 20~30건 가까이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전씨는 "내 인생 망치고 싶냐" "원하는 조건이 뭐냐"면서 협박성 내용으로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했던 걸로 파악됐다.
이에 A씨는 올해 1월 전씨를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다시 고소했고, 전씨는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으며 검찰로부터 징역 9년을 구형받았다.
한편 전씨는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일회용 위생모를 쓴 채 신당역에서 1시간 10분가량 머물며 피해자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흉기에 찔린 A씨는 화장실에 있는 콜폰으로 도움을 요청했고, 역사 직원 2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 시민 1명이 현장에서 가해자를 진압해 경찰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약 2시간 반 뒤인 오후 11시30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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