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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치킨가격 폭등은 아시아 식량위기 전조(?)

[파이낸셜뉴스]
한국 치킨가격 폭등은 아시아 식량위기 전조(?)
한국의 치킨가격 폭등이 아시아 식량위기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0일 홈플러스 잠실점 치민 코너 앞에서 60여명의 사람들이 당당치킨을 사려고 줄을 섰다. 뉴스1

글로벌 식량위기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에 조만간 밀어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CNN비즈니스는 17일(이하 현지시간) 서울·홍콩발 기사에서 한국 홈플러스의 치킨 가격 할인 행사에 소비자들이 몰려든 사례를 지적하면서 이제 한국인들의 '국민음식(national food)'이 된 치킨 가격 폭등은 글로벌 식량위기가 아시아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경고했다.

치킨런
CNN비즈니스는 지난달 한국 초대형 할인점 홈플러스의 치킨 가격 할인 행사를 전세계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한 현상으로 소개했다.

홈플러스가 이미 큰 폭으로 낮춘 치킨 가격을 12% 더 인하하는 행사를 진행하자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고 소개했다.

한 유튜버는 CNN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매장 문이 열리기 한 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5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면서 문이 열리자 치킨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치킨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인 '치킨런'이다.

치킨 값, 2년새 50% 넘게 폭등
CNN비즈니스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한국 치킨 가격이 8월 한달 평균 11.4% 올랐다고 전했다. 김치찌개, 불고기 등 다른 외식비 가격 상승세를 압도했다는 것이다.

노무라의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년 사이 일부 치킨 소매 가격이 50% 넘게 폭등했다고 말했다.

CNN비즈니스는 이날 장문의 기사에서 프라이드치킨은 감자튀김과 생선튀김이 함께 나오는 영국의 피시앤드칩스처럼 한국의 '국민음식'이 됐지만 올해 값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통계를 인용해 한국 식당 20개 가운데 1개 꼴로 치킨집이며 치킨과 맥주를 함께 곁들인 '치맥(chimac)'은 경기를 관람하거나 시청할 때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음식이 됐다고 소개했다.

세계 3위 프라이드치킨 시장
한국은 인구 대비로 보면 사실상 세계 최대 치킨시장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 외식업 매출 순위에서 한국은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350억달러를 기록한 미국, 2위는 160억달러의 중국이었고, 한국이 79억달러 매출로 3위에 올랐다.

한국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미국, 중국이 한국을 큰 차이로 따돌렸지만 한국의 지난해 치킨 외식 매출은 인구가 2배에 이르는 일본 등을 크게 앞질렀다.

4위를 기록한 영국은 32억달러, 5위 호주는 25억달러였고, 일본은 14억달러로 6위였다.

주문 주저하게 만드는 치킨 가격
유로모니터의 박윤진 식품 담당 선임 애널리스트는 '원료비' 상승으로 인해 치킨 체인들이 가격을 평균 2000원(1.5달러) 인상했다면서 이때문에 프라이드 치킨 가격이 10~15% 상승했다고 말했다.

박 선임 애널리스트는 인상폭이 미미해 보일 수는 있지만 이때문에 소비자들은 치킨 한끼를 먹는데 거의 22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면서 "한때는 한국인들이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이었던 치킨이 이제는 한 번쯤 다시 생각하고 난 뒤에야 주문이 가능한 음식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 식량 절반 수입 의존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에 따르면 한국의 치킨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한국이 식량 수입의 약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노무라는 6월 보고서에서 이같은 이유를 들어 한국을 전세계 식품 가격 상승에 가장 크게 노출된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등과 함께 가장 취약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세계 주요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겹치면서 세계 식량가격은 올들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식량 가격이 이제 꼭지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계 식량가격, 고공행진 지속될 것
유엔 식량가격지수(FPI)는 지난달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고, 한국 물가상승률도 예상보다 둔화됐다.

그러나 식량가격 고공행진은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이 지배적이다.

ING의 한국·일본 담당 강민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올해 말까지 남은 기간 동안 여전히 5%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관했다. 고점 당시의 5.7%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시아 최대 곡창지대 가운데 한 곳인 태국도 식량가격 급등세를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일부 주요 품목 가격을 통제하는 태국에서는 지난달 14년만에 처음으로 라면 가격이 올랐다. 인기 라면 한 봉지 가격이 약 3센트에서 20센트로 폭등했다.

EIU의 산업브리핑 책임자 바살리 바타차리야는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은 아시아에서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지속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식품비 지출이 일부의 경우 가계 총지출의 30~40%까지 차지한다면서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타차리야는 "글로벌 식량 가격 위기가 아시아를 덮치는 것은 (덮칠지 안 덮칠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그게 언제냐)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