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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호 못하는 스토킹 처벌법… 보복범죄만 늘었다

작년 434건 발생 46% 증가
긴급응급조치 어겨도 과태료
잠정조치 최대 6개월에 불과
협박 이어져도 영장 기각 잦아

피해자 보호 못하는 스토킹 처벌법… 보복범죄만 늘었다
스토킹 범죄 대응책 마련하라. 19일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를 비롯한 청년단체 관계자들이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일어난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스토킹 범죄 피해에 대한 대응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지속적으로 스토킹에 시달리던 역무원이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행 1년을 앞둔 스토킹 처벌법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되레 1년 사이에 보복범죄가 50% 가까이 증가하고 있어 법과 제도를 보완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처벌법 위반 제재는 솜방망이

19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복범죄는 434건 발생해 1년 전(298건)보다 46%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복범죄는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268건, 2019년 294건, 2020년 298건이 일어났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281건 발생했다. 보복범죄 유형으로는 협박이 60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위력행사(274건), 폭행(260건), 상해(12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14일 남성 전모씨는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20대 여성 역무원을 쫓아가 화장실 칸 안에서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전씨는 이미 지난해 10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던 상황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피해자 구제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해자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피해자 보호조치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스토킹처벌법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찰은 100m 이내 접근은 금지하거나 전화를 금지하는 등의 긴급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위반시 가능한 제재는 100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이 전부다. 더 강력한 보호조치인 '잠정조치' 역시 피해자 보호에 미흡하다. 잠정조치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를 경찰서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다. 접근 금지명령을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하지만 '잠정조치 기간은 1개월을 넘길 수 없다. 법원이 예외적인 경우로 잠정조치를 인정해도 최대 6개월 범위에서만 연장이 가능하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토킹처벌법의 범죄 예방 효과가 미흡하다"며 "보호조치를 작동해도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속영장 허들 낮춰야"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가해자 신병 확보가 우선인데 스토킹처벌법이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집계된 긴급응급조치 위반율은 13.2%, 잠정조치 위반율은 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정폭력 관련 긴급조치 위반율(4.1%)을 3배가량 웃돈 규모다.

승 연구위원은 "스토킹이나 협박 등의 범죄는 상대적으로 죄질이 낮은 것으로 판단돼 영장이 기각되는 일이 잦았다"며 "스토킹을 비롯한 성폭력 범죄의 구속영장 발부 허들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때문에 지난해 6월부터 스토킹 범죄 관련 법안은 국회에만 15개 계류 중이다.
현행법이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보복 우려가 있는 경우 신변안전 조치를 별도로 규정해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거나, 스토킹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규정하는 내용 등이다.

법무부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16일 스토킹처벌법에 규정된 반의사 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토킹 가해자도 전자발찌 등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범죄를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