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사업비 15억 → 56억
자체적으로 늘린후 KT에 입금
국고금 운용지침 사전명시도 안해
나랏돈 200억원이 들어간 서울 광화문 KT사옥 리모델링 사업 예산이 '국회 보고' 없이 40억원 증액된 채 KT에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국유재산 개발을 위해 '민관합동사업'을 늘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민간에 흘러 들어간 돈의 액수와 쓰임새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국회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광화문 KT West사옥 빌딩 리모델링 사업 예산을 '국회 보고 없이' 자체적으로 40억원 늘렸다. 당초 국회에 제출된 '2021회계연도 KT빌딩 리모델링 사업비'는 15억500만원이었으나, 기재부는 기금운용계획을 40억7800만원 증액해 최종 55억8300만원을 공유지분권자 KT측 계좌에 입금했다. 해당 예산은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의결, 국무회의 심사, 대통령 승인과 국회 보고까지 거쳐 확정됐지만 기재부가 '국회를 패싱'한 채 깜깜이 증액을 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KT와 계약 과정에서 국고금 운용지침을 사전에 명시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국회 기재위는 지난 2020년 리모델링 사업이 시범사업인 만큼 대상 선정과 단가기준, 운용지침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라는 검토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와 KT가 2021년 10월 맺은 협약서에는 공유지분 비율(기재부 13.17%, KT 86.83%)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세부내용은 '상호 서면합의를 통해 정하기로 한다'고 돼 있다.
국회가 세부 운용지침을 요구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도 구체적인 사업비 조정, 분담의 대상·시기·방법 등은 협약서에 기재해 놓지 않은 것이다. 기재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15억짜리가 갑자기 50억이 됐는데 어디에 돈을 더 쓰겠다는 건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또한 원래는 공사비는 공사가 끝난 후 대납해야 하는데 이 경우 KT측 계좌에 입금하고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유재산 개발에 '민간참여'를 늘리겠다고 한 만큼 국민 혈세로 조성된 국고가 단 한푼도 허투루 집행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8월 19일 제24차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주재하고 '민간과 함께하는 국유재산 개발' 등 '민간중심 경제 선순환'을 목표로 하는 국유재산 활용 4대 정책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기재부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주요항목이 아닌 세부사업에 해당되면 기금운용계획이 변경될 경우에도 국회에 제출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KT사옥 리모델링 사례에서 보듯 기금운용계획이 추후 변동될 경우 이를 관리·감독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국유재산 사업에 있어 법률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기재부가 예산을 증액한 것에 대해 "예산 심의와 기금 운용이 전체적으로 통제돼야 하는데 관리 사각지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경우 국회가 잘 모르는 부분이 없도록 법적 보완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서지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