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사건 피해자 추모 및 대책 수립 기자회견
서울교통공사 사실상 2인 1조 근무 순찰 불가능한 여건
사 측, 가해자 형사 입건 사실만 알고 구체적 사유와 피해자 신원 알지 못해
노조 오는 29일 조합원 총회 개최 예정
서울교통공사 노조 조합원들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신당역 사고 피해자 추모 재발 방지 및 안전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역무원 출신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민변 노동위 권영국 변호사, 명순필 서울교통공사 노조 위원장 등과 조합원 30명가량이 참석했다. 조합원들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의원은 "직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어 젠더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 안전망이 총체적으로 무너져 있다는 것"이라며 "2인 1조 근무 등 사측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니만큼 엄연한 재해사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수사기관과 법원은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규정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스토킹 범죄를 경미하게 인식하도록 하고, 피해자의 피해를 가중하는 독소조항으로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당역 살인사건 가해자도 스토킹 혐의로 수사받게 되자 피해자에게 지속해서 합의를 종용하며 스토킹을 이어갔다"며 "현행 스토킹처벌법에서 스토킹 범죄 재발 우려가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는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2인 1조 근무수칙이 지켜질 수 없는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측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1~8호선 전체 265개 역(3360명 근무) 중 73개 역(715명)이 2인만 근무하는 2인역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통 1개역은 4개 반으로 구성되는데, 전체 1060개 반 중 410여개 반이 2인 근무로 운영되고 있다. 2인이 근무하면 민원 접수 등 역사 관련 업무 수행을 위해 1명이 역무실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전체의 38.7%가 2인 1조 순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노조는 오는 22일 사측과 특별교섭에 돌입해 △사고 수습 대책 △조합원 보호 대책 △승객접점 부서 조합원 보호 대책 △과도한 업무지시 문제 해결 △직장내 성폭력 사건 처리 프로세스 개선 △역무원 보안관 행정권 부여 등에 대해 논의하고 요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정섭 서울교통공사 노조 교육선전실장은 피해자 보호하지 못한 사측을 비판했다.
김 실장은 "작년 10월 8일 가해자가 경찰에 긴급체포됐고 가해자가 근무하던 역을 경찰이 압수수색하기도 했다"며 "사측이 밝힌 '가해자 형사 입건 사실을 통보받았을 뿐 구체적인 사유와 피해자 신원은 몰랐다'고 말한 해명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부터 30일까지를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검은 리본 등을 착용 후 근무할 계획이다. 오는 21일에는 서울 중구 신당역, 23일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사고 피해자 추모제를 진행한다. 또 오는 29일에는 서울시청에서 3000명 규모의 조합원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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