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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운송 시장, 해운에서 항공으로 이동...해운사도 화물기 경쟁

머스크, CMA 등 주요 해운사 항공 운송 사업부 확장
팬데믹으로 해운 한계 노출, 항공 운송 수요 급증
물류에서 온라인 쇼핑 비중 커질수록 항공 운송 수요 더 커질 듯

세계 운송 시장, 해운에서 항공으로 이동...해운사도 화물기 경쟁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공항에 화물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력과 통관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국제 해운 기업들이 항공화물 운송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는 팬데믹 시대를 지적하며 가벼운 소형 화물의 경우 굳이 배로 옮길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주요 해운사들이 팬데믹 이후로 항공 사업부를 강화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세계 2위 해운업체였던 덴마크 머스크의 항공 사업부는 현재 보잉 767 15대를 운영 중이며 추가로 보잉 767 3대와 보잉 777 2대를 주문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독일 항공화물 운송업체 '세너터 인터내셔널'을 인수해 항공운송 처리 능력을 2배로 늘렸다.

세계 3위 해운업체인 프랑스 CMA는 프랑스·네덜란드 합작 항공사 에어프랑스·KLM과 올해 초 양사 항공화물 공간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CMA는 지난해 자체 항공화물운송 사업부를 설립해 현재 에어버스 A330 4대와 보잉 777 2대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보잉 777 2대, 2025년과 2026년엔 A330 4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해운 기업이자 스위스 및 이탈리아의 가족기업인 지중해해운(MSC)은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손잡고 이탈리아 국영항공사인 이탈리아항공운수(ITA 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지난달 기준으로 인수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해운기업들이 팬데믹을 거치면서 점차 항공운송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화물 운송업은 톤킬로미터(FTK·각 항공편 당 수송 톤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으로 지난해에 21% 성장했다. 매출액은 2890억달러(약 401조원)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640억달러(약 366조원)를 넘어섰다.

IATA는 올해도 항공화물 시장이 4.4% 성장할 것이라며 올해 1~4월 항공화물 운임이 전년 동기보다 약 200%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항공화물이 인기인 이유는 팬데믹으로 해상운송의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요 해운 기업들은 팬데믹으로 항구 운영이 멈추고 하역 인부들이 작업을 중단하면서 운송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다. 미국의 동부와 서부 해안, 중국 등 주요 무역 기점에서 코로나19 봉쇄와 인력난으로 하역 작업이 밀리는 가운데 수많은 화물선들이 바다에서 기다려야 했다. 특히 석유나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배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에서 중동 및 아시아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주문이 늘어나면서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반면 항공운송은 팬데믹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주요 항공사들은 여행 수요가 줄면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며 화물 영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미 항공기 제작사 보잉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 항공업계에 약 400대의 화물기가 추가되어 약 20% 증가했다. 보잉은 현재 2000대 안팎인 화물기가 2040년에는 3600대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WSJ는 크고 무거운 화물의 경우 항공 운송 가격이 해상 운송 대비 3배 이상이지만 컴퓨터 칩이나 전자제품 같이 작고 가벼운 화물의 경우 해상과 항공 운송 간에 차이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