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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지역화폐…"동네상권 살려" "특정업종만 수혜" [입장 들어봤습니다]

내년 국비지원 전액 삭감
환급제도 최대 강점
일부 지역은 결제때 10% 할인
온라인 쇼핑몰서 이용객 유입
효과 적다는 목소리도
서울 사용처 절반 외식·교육 쏠림
업주는 결제시스템 비용 부담도
고민 빠진 지자체
경기·세종 "예산 끊겨도 발행"
소상공인 전체 돕는 해법 찾아야

기로에 선 지역화폐…"동네상권 살려" "특정업종만 수혜" [입장 들어봤습니다]
정부가 내년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밝힌 지난달 30일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시장 상점에 지역화폐 가맹점을 알리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에 대한 국비 지원을 전액 삭감했다. 지방자치단체 고유 사무에 국가 재정을 쓰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예산 삭감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화폐 발행량을 늘려온 지자체들의 불만도 크다. 동시에 지역화폐 발행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논쟁도 발생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20일 존폐 위기에 직면한 지역화폐를 직접 이용했던 당사자인 소상공인 및 지역화폐 구매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소상공인이나 사용자 모두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몫을 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구매에 성공한 일부 사람들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이나 사용처가 몇몇 업종에 집중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네 상점 이용 늘었다

지역화폐 사용자들은 지역화폐가 제공하는 환급금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대신해 동네 상점이 늘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강모씨(59)은 지역화폐를 이용해 지난 3월 동네 가구점에서 50만원 상당의 모션 데스크를 구매했다. 동네 가구점을 선택한 이유는 지역화폐를 사용할 경우 10%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지역화폐에는 약 10%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예컨대 100만원 지역화폐를 90만원에 살 수 있는 것.

강씨는 "평소 같으면 '오늘의집'과 '네이버쇼핑몰', '쿠팡' 등을 이용했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액정에서 스크롤만 내리면 여러 물건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과 달리, 지역상점은 직접 발로 뛰며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지역화폐 덕에 50만원 책상을 45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모씨(56)은 지역화폐를 사용하면서 동네 상점을 이용하는 빈도가 늘었다고 했다. 고씨는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결제금액의 10%를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옷과 액세서리 등 다소 가격이 나가는 제품을 살 때 유용하다"며 "동네 옷 가게가 인터넷 플랫폼 시장에 비해 선택의 폭이 좁지만 원하는 물건의 사진만 보여주면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비슷한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역화폐는 소비 패턴 변화를 유도해 지역 경제 활성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발행 규모가 제한적이다 보니 효과 또한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제도가 있어도 이용할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업가 유모씨(36)는 "지역화폐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구매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며 "결국 지역화폐라는 것이 세금을 뿌려서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교환 매개체이다. 그렇다면 지역화폐의 실효성은 결국 '세금 뿌리기'에 달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특정 업종에만 치우친 사용

소상공인들도 지역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업종별로 지역화폐에 대한 온도차가 분명했다.

이날 서울 중구 무교동 일대에서 요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상당수가 하루 매출 중 10~20%를 지역화폐로 거래하고 있었다. 무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채모씨(40대)는 "신용카드 결제는 카드 수수료를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데 반해 지역화폐는 결제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상공인 입장에서) 이득이다"며 "지역화폐로 결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무교동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A씨도 "최근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지역화폐에서 나온다"며 "처음에는 직장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아줌마와 아저씨 등 노년층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모든 업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지역화폐로 발생하는 매출이 거의 없어 필요성이 의문이라는 소상공인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서울시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지역화폐 사용처 중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인 것은 음식점·식음료점으로 20.08%에 이른다. 또 교육 관련(입시·교습학원, 기술·기능 교육, 외국어·언어, 예술교육의 합계)이 27.05%다. 그동안 발행된 서울 지역화폐의 절반 정도가 외식과 교육에서 소비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기술적 문제로 지역화폐 결제가 불가능한 경우도 확인됐다.

중구 한 카페 주인 B씨(30대)는 "주문 및 결제를 키오스크로만 해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가 없다"며 "키오스크에 지역화폐 앱 사용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지역화폐의 효과가 고르게 번질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지역화폐든 아니든 본질적으론 소상공인 전체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경기도, 세종시 등 복수의 지방정부는 국비 지원이 끊기는 내년에도 지역화폐를 계속 발급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경우는 오는 12월에 지역화폐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으로 지난 7월 예산 100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한영희 서울시청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내년부터 국비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계속 지역화폐를 발행할 것"이라며 "할인율은 국비 지원분인 2%p를 제외되는 등 7%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