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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스팩) 킹'도 두 손 들었다...2곳 접고, 15억달러 되돌려주기로

[파이낸셜뉴스]
'SPAC(스팩) 킹'도 두 손 들었다...2곳 접고, 15억달러 되돌려주기로
스팩(SPAC) 붐이 일던 당시 '스팩 킹'이라는 별명을 얻은 차머스 팔리하피티야 소셜캐피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017년 5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투자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20일 공시에서 마땅한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스팩 2곳을 청산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뉴스1

주식시장 급락세 속에 특수목적합병법인(스팩·SPAC) 인기가 바닥으로 추락하자 '스팩 킹'으로 업계 흐름을 주도하던 차머스 팔리하피티야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자신이 만든 스팩 가운데 2곳을 해체해 투자자들에게 돈을 되돌려주기로 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상장사를 합병을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돈을 버는 스팩이 마땅한 인수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스팩은 규정상 설립 2년 안에 우회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면 해체하도록 돼 있다.

타월 던진 스팩 킹
20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스스로를 당대의 '워런 버핏'이라고 주장하던 팔리하피티야가 자신의 스팩 가운데 2곳을 청산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15억달러를 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경영진 출신인 팔리하피티야는 스팩이 붐을 타던 당시 시장을 주도하며 '스팩 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주식시장 폭락세 속에서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스팩은 이른바 '페이퍼컴퍼니'이다. 실체가 없다.

투자자들에 주식을 발행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뒤 마땅한 합병 대상 기업을 물색하는 것이 주 임무다. 복잡한 기업공개(IPO) 방식을 건너 뛰고 상장을 원하는 기업과 합병해 우회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상장 뒤 분리해 청산하는 것이 순서다. 상장으로 합병 대상 기업 주가가 오르면 주가 상승 차익을 스팩 투자자들에게 나눠준 뒤 청산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봉쇄로 폭락했던 주식시장이 폭등세로 돌아서자 스팩도 붐을 탔다.

그러나 올들어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가운데 투자자들도 위험한 스팩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고, 주식을 상장해 큰 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지자 스팩의 존립근거가 사라지고 있다.

2년간 헛수고
팔리하피티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서 "지난 2년간 100여개 (합병 대상) 목표들을 검토했고, 여러 차례 (우회상장)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지만 매번 결국에는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계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팔리하피티야는 주식시장이 도약하던 2년 전 영국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이언 오스본과 손잡고 스팩들을 출범시키면서 스팩의 얼굴마담 역할을 해왔다. 그가 오스본과 함께 만든 스팩은 지금까지 6개에 이른다.

자신이 추진하는 스팩 계약을 트위터를 활용해 홍보하고, 개미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그가 추진해 성공시킨 첫번째 합병은 '괴짜 사업가'로 유명한 영국인 리처드 브랜슨의 우주여행사 '버진갤럭틱'이다.

스팩이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아직 출범 초기 단계이지만 업계 또는 전세계에 혁명을 몰고 올 수 있는 정도의 원대한 포부를 안고 있는 업체를 인수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우회상장 업체들, 지금은 애물단지
그러나 그가 스팩을 통해 우회상장시킨 업체들은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버진갤럭틱은 우회상장 뒤 최대 55달러까지 주가가 치솟아 브랜슨과 팔리하피티야에게 막대한 평가익을 안겨줬다. 그러나 올들어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특히 밝은 전망에만 기댄 기술주들이 폭락하는 가운데 버진갤럭틱은 주가가 5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팔리하피티야는 이외에도 부동산 그룹 오픈도어, 헬스케어 업체 클로버헬스, 온라인 금융사 소피(SoFi) 등의 우회상장도 성공시켰다.

그러나 이 업체들 역시 지금은 스팩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주당 10달러에 스팩 주식을 샀지만 이들과 합병해 손에 쥐게 된 오픈도어 등의 주가는 10달러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