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77m 바람 견디게 설계 불구
강풍에 취약해 시민들 불안 호소
운영업체 "국토부 매뉴얼 따라"
해상 도시 등 고려 안돼 지적도
지난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울산 방향으로 북상하면서 태풍 경보가 내려지자 울산대교 전 구간이 차량 속도 50km 이하로 제한됐다. 울산대교 진입로에 차량속도를 제한하는 경고문구가 제시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주탑 간 길이가 1.15㎞로 국내에서 가장 긴 '단경간 현수교'인 울산대교의 안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한반도에 근접한 태풍은 두 차례이지만 이 때마다 모두 전면 통제 또는 부분 통제되기 일쑤다. 초속 77m의 바람과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고 하지만 안정성 논란으로 울신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울산을 관통한 제11호 태풍 '힌남노' 때는 오전 5시56분부터 울산대교 양방향이 전면 통제됐다. 통행금지 조치로 이 다리를 지나는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됐고 여파로 인근 기업들의 출근시간도 늦추어졌다.
지난 19일 제14호 태풍 '난마돌'이 접근할 때는 강풍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지만 다리를 통행하던 대형 화물차의 덮개가 바람에 열리면서 안전을 위해 다리 한쪽 방향이 2시간 가량 부분통제 됐다.
울산대교의 교통통제는 올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9월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 2019년 9월 제17호 태풍 '타파'와 10월 제18호 태풍 '미탁' 등 때도 양방향 통행이 금지됐다.
대형 태풍이 불 때 마다 이처럼 통행이 제한되자 일부 시민들은 다리의 안전성을 의심하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강풍 때문에 추락방지용 난간도 설치 어려워
울산대교를 이용해 매일 출퇴근 한다는 회사원 이모씨(46)는 "강풍에 취약하다 보니 다리 위에서 투신 사고가 잇따르는 데도 추락방지용 난간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이번처럼 태풍이 아니더라도 바람이 세계 부는 날이면 불안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울산대교는 울산항 해상을 가로질러 울산 남구 매암동과 동구 화정동을 잇는 다리로, 지난 2015년 5월 준공됐다. 강풍으로 인한 울산대교 차량통제가 처음 거론된 것은 개통 후 두 달 뒤인 지난 2015년 8월 25일 제15호 태풍 '고니'가 울산에 근접했을 때다.
당시 울산시는 태풍 '고니'의 상황에 따라 울산대교 차량 운행을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다행히 울산대교 주변의 평균 풍속이 10분간 초속 17m에 그쳐 시속 50㎞ 이하로 차량 속도만 제한했을 뿐 통행은 금지되지는 않았다.
■모든 해상교량 초속 25m 강풍 통행 금지
다리를 관리, 운영하는 울산하버브릿지㈜ 측 관계자는 "전국의 모든 해상교량이 국토부의 지침과 도로법이 정한 매뉴얼에 따라 통제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라며 "풍속이 통제 기준에 도달하면 즉각 차량의 운행을 금지 시키고 울산시와 경찰에 통보한다"라고 밝혔다.
울산대교 유지관리 매뉴얼은 10분간 평균 풍속이 초속 15~10m 이면 50㎞ 이하 감속 운행을, 초속 20m 이상이면 차량을 시속 30㎞ 이하로 운행하도록 하고, 초속 25m 이상이면 운행을 전면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설계 시 해양도시 특성과 화물차와 출퇴근 차량이 많은 공단 밀집 지역이라는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었어야 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지역 화물차 업계 한 관계자는 "울산은 태풍이 통과하는 대한해협과 매우 아까운 위치에 있고 울산 앞바다는 부유식 해양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정도로 바람이 많은 곳이다"라며 "겉으로 부산 광안대교와 비교했을 때 누가 봐도 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라고 안정성을 우려했다.
uls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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