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구찌·버버리, 중고시장에 동참

[파이낸셜뉴스]
구찌·버버리, 중고시장에 동참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를 소유한 프랑스 명품업체 케어링 등이 중고 명품 시장에 합류하고 있다. 사진은 7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몽떼니으 가의 구찌 매장 앞. 로이터연합

명품업체들간 중고 시장 진출을 놓고 전략이 분화하고 있다.

명품 중고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이 흐름에 동참할지, 계속 거리를 둘지를 놓고 입장이 갈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이하 현지시간) 구찌, 버버리, 스텔라 매카트니 등이 중고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지만 에르메스, 모에헤네시 루이뷔통(LVMH), 샤넬 등은 '제살 깎아먹기'라며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중고 명품 시장 급성장
명품이 거래되는 중고 시장이 새로운 조류는 아니지만 샤넬을 비롯한 명품 업체들이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면서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베인앤드코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 명품시장 매출 규모는 2017년에 비해 65% 폭증했다.

같은 기간 신제품 명품 매출은 12% 증가하는데 그쳤다.

베인앤드코는 앞으로 5년 동안에도 신제품과 중고 명품 시장 성장률이 큰 차이를 보여 중고품은 연간 약 15% 성장해 신제품 매출 연간 증가율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제 살 깎아먹기냐, 기회냐
에르메스, LVMH, 샤넬 등은 중고품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면 신제품 판매가 타격을 받는다면서 이 시장을 거들떠도 안 본다.

중고품 시장이 활성화되면 신제품 가격 결정력 역시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한다.

그러나 이를 기회로 보는 명품 업체들도 있다.

구찌 브랜드를 소유한 케어링(Kering), 영국 버버리 그룹, 역시 영국 명품업체 스텔라 매카트니는 중고 명품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명품 업체들이 고객들로부터 자사 제품을 사들인 뒤 이를 직접 재판매하기도 하고, 온라인 중고 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재판매를 통해 이윤을 챙기고 있다.

기술업체들과 제휴
중고 명품 시장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둔화 속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에 안성맞춤이다.

구찌 신상품 핸드백 가격이 대개 2000달러인데 반해 중고 시장에서는 250달러에 가격이 매겨진 핸드백을 구할 수도 있다.

대개는 신제품의 75% 수준에서 가격이 정해지지만 운이 좋으면 약 10% 가격으로 제품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중고 명품 시장 확대에 한 몫 하는 곳은 기술업체들이다.

온라인 중고 시장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리얼리얼, 베스티어(Vestiaire) 등의 온라인 장터가 최근 수년간 중고 명품의 성지로 부상하고 있다.

케어링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판로가 막혔던 2020년 리얼리얼에 구찌 중고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베스티어 지분 약 5%를 확보하기도 했다.

케어링은 리얼리얼 플랫폼에 올라오는 자사 제품의 진위 여부를 판정한 뒤 진품임을 입증하는 '브랜드 승인' 딱지를 붙여준다.

버버리, 스텔라 매카트니도 리얼리얼에 진품 입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제품 시장 위축된다
악셀 뒤마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실적발표에서 중고 명품 시장 성장세에 대한 질문에 "에르메스는 장려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는 중고 시장이 커지면 명품 업체들의 주 수입원인 신제품 시장이 위축된다고 우려했다.

샤넬은 올해 초 개인 고객들의 구매 수량 제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량으로 제품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파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다.

샤넬이나 에르메스의 초고급 명품 백 가운데 일부 인기가 높은 제품들은 중고 시세가 신제품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는 제품 상태에 따라 신제품 가격의 약 4분의3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베스티어는 중개 수수료로 10%를 뗀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