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기준 계산한 수치 ‘1억일’ 2021년 다시 복귀
미사용 사유 ‘수당 수령’ 최다… 팍팍한 직장인의 삶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연차일수는 14.9일입니다. 사실상 15일인데 이 중에 실제로 사용한 연차는 얼마나 될까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 근로자 휴가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들이 2020년도에 사용한 연차는 평균 10.7일입니다. 4.2일은 쓰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1인당 4.2일이라고 하면 크게 와닿지 않지만 이를 전체 근로자 수로 환산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가 나옵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총근로자 수는 약 2044만6000명입니다. 여기에 1인당 사용하지 못한 평균 연차일수를 곱하면 무려 8587만3200일이 됩니다.
물론 과거보다는 상황이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지난 2016년 내놓은 정책자료집을 살펴보면 2013년 기준 근로자 1인당 미사용 휴가(연차) 5.6일에 전체 직장인 수 1923만명을 곱해 1억769만의 미사용 휴가(연차)일수가 나옵니다. 회사의 눈치를 봐가면서 연차를 가야 했던 직장문화가 만들어낸 충격적인 숫자였습니다. 이 정책자료집은 당시 '잃어버린 휴가 1억일'이라는 제목으로 히트를 쳤고, 김 의원은 이듬해 '시즌 2'까지 내놓으며 또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고민해야 할 부분은 미사용 연차일수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8년에는 8218만1500일, 2019년에는 8429만1900일, 2020년 8587만3200일까지 3년 연속 증가 추세입니다. 여기에 정부는 2021년에는 근로자 1인당 15.5일의 연차휴가를 부여받고 9.0일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늘어난 근로자 1인당 미사용 연차가 6.5일로 훌쩍 뛰고, 임근근로자 수가 대략 2099만2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잃어버린 휴가 1억일' 시대로 복귀한 상황입니다.
물론 사용하지 못한 연차를 수당으로 지급하는 회사도 많습니다. 정부 조사에서 남은 연차를 모두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회사는 70.4%나 됐는데 왜인지 우리 주변에는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억지로 연차를 쓰라고 눈치를 준다'는 얘기가 더 많더군요.
실제로 2020년 기준 회사에서 휴가사용촉진제를 시행 중이라고 응답한 근로자는 43.6%로 늘어났습니다. 2018년에는 이 비율이 32.1%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과 2년 사이에 11.5%가 늘어난 셈입니다.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연차 미사용 사유입니다.
대체인력 부족(17.3%), 업무량 과다(14.2%) 같은 전통적 이유도 여전히 많았지만 가장 많은 응답은 연차수당 수령(21.9%)이었습니다. 하루 쉬는 것보다 돈으로 받는 게 더 낫다는 현실적 판단으로 해석됩니다. 여전히 팍팍한 직장인의 삶이 여기서도 엿보입니다.
김병덕 산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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