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 (Photo by Andreas SOLARO / AFP)
[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에서 25일(현지시간)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극우) 대표가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베니토 무솔리니(1922∼1943 집권) 이후 100년만에 집권한 극우 성향의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총선 라이(Rai)는 출구조사 결과 우파 연합이 41∼45%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로 인식되는 득표율 40%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에 따라 우파 연합은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총리를 지낸 엔리코 레타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은 29.5% 득표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우파 연합은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과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극우정당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등 세 정당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구조사 결과가 맞을 경우 우파 연합에서 최대 지분을 가진 Fdl의 멜로니 대표가 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세 정당은 지난 7월 27일 최다 득표를 한 당에서 총리 후보 추천 권한을 갖기로 합의하며 교통정리까지 끝내둔 상태다.
영국 BBC는 그가 집권하면 파시스트 지도자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첫 극우 지도자이자 첫 여성 총리가 등장하는 것이라고 23일 보도했다. 난민, 성소수자 권리, 낙태, 유럽연합(EU), 시민 소득 등을 강하게 반대하며 ‘여자 무솔리니’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 등으로 불리는 멜로니의 등장은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탈리아 로마에서 출생한 멜로니는 10대 시절 무솔리니 지지자가 창설한 파시스트 성향의 정당 ‘MSI’의 청년 조직에 입당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고 웨이트리스, 바텐더, 보모 등으로 일했다. 2006년 MSI를 이어받은 극우정당 ‘AN’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뽑혔고, 2009년 베를루스코니 내각에서 청년장관을 맡았다. 2014년부터 Fdi 대표를 맡고 있다.
멜로니는 지난달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망명을 신청한 23세 흑인 남성이 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에서 우크라이나 국적의 55세 백인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트위터에 공유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후 그가 난민 혐오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피해자의 인권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위터 측이 이 영상을 삭제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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