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거대 행성인 목성을 9월말부터10월 초순까지 가장 밝고 크게 볼 수 있다. /NASA 제공
[파이낸셜뉴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이 지난 26일 70년만에 가장 가깝게 다가 왔다. 이 때문에 태양빛에 반사된 목성의 밝기는 -2.9등급으로 가을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천체가 됐다.
29일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에 따르면 태양계의 거대 행성인 목성을 9월 말~10월 초순 가장 밝고 크게 볼 수 있다. 이 무렵 목성의 밝기는 여름철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직녀성 보다도 15배나 밝게 빛난다. 초저녁 동쪽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누구나 목성을 찾을 수 있다.
26일 지구가 빠르게 움직이며 목성을 추월할 때 '태양-지구-목성'이 일직선을 이뤘다. 이때 지구와 목성의 거리는 1951년 이후 70년 만에 가장 가깝다. 이때의 거리는 약 5억9600만㎞로, 가장 멀리 떨어졌을 때의 거리인 9억6560만㎞보다 약 3억7000만㎞ 가까워졌다. 이 때문에 26일 목성이 가장 잘 보이고, 10월 초순까지 맨눈으로도 잘 볼수 있다. 다음 근접 시기는 107년 후인 2129년이다.
70년 만에 지구 최근접…다음 시기는 2129년
태양-지구-외행성이 일직선을 이룰때 '행성의 충(Opposition)'이라한다. 이때 외행성이 지구와 가까워지기 때문에 밝게 빛나고 크게 관측된다.
목성의 공전주기는 약 12년으로 황도 12궁 별자리를 일 년에 하나씩 이동한다. 지구가 12개월 후 같은 자리에 왔을 때 목성은 이미 별자리 하나를 이동해 있기 때문에 한 달이 더 지난 후 목성과 가장 가까워진다. 즉 목성의 충은 대략 13개월마다 반복된다. 목성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이기 때문에 충일 때라 할지라도 지구와 목성의 거리는 매년 달라진다. 1951년 이후 70년 만인 올해 특별히 지구와 목성이 가까워진다. 목성의 근지점 근처에서 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목성이 충일 때 지구를 사이에 두고 태양과 정반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해가 진 후 초저녁 동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으로 부피로는 지구보다 1300배가 크고, 다른 행성을 모두 합친 것보다 질량이 많이 나간다. 목성은 핵융합을 통해 스스로 별이 될 만큼의 질량에는 도달하지 못해 별이 되지 못했다. 목성이 밝게 빛나는 이유는 다른 행성들처럼 태양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작은 쌍안경 정도로도 목성 주변에서 갈릴레이가 발견한 4개의 위성을 관측할 수 있다. /김지훈 제공
"그래도 지구는 돈다" 지동설의 발견은 목성 때문
413년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천동설을 뒤집고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와 다른 행성들이 돌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목성때문이다.
별과 태양 그리고 달의 운동만으로는 하늘이 도는지 땅이 도는지를 알 수 없었다. 행성의 복잡한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2300년 전부터 천동설(지구 중심설)과 지동설(태양 중심설)의 논쟁이 시작됐다. 인류는 수 천 년 동안 맨눈으로만 하늘을 관측했으므로 금성의 모양과 크기 변화를 알 수 없었다. 또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도 없었다.
갈릴레이는 인류 최초로 망원경을 통해 목성의 위성을 발견하고 이 위성이 목성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구가 아닌 목성을 돌고 있는 천체를 발견했던 것. 이는 하늘의 모든 천체가 지구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의 대전제를 무너트리는 큰 사건이었다. 이후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금성의 모양 변화와 크기 변화를 관측함으로써 1800년간 이어졌던 역사상 가장 길고 격렬했던 논쟁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로써 세상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2020년 4월 궁수자리의 목성과 토성, 화성. /손형래 제공
10월 1일부터 4일간 관측 "우주의 신비 경험"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는 70년 만에 가장 밝고 큰 목성이 뜨는 시기에 맞춰, 전국 20여 곳에서 '100시간 천문학'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천문인구 저변확대를 위해 국제천문연맹이 매년 진행하는 공개 관측회 및 천문학 특강이다. 전 세계가 참여해 24시간 내내 연속 100시간 동안 진행된다. 올해는 10월 1~4일 전 세계 30개국 이상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 기간 전국 24 곳에서 진행된다. 천체망원경 103대가 동원되고 연인원 기준 106명의 천문지도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10월 3일 진행되는 천문도서 저자 특강 및 탄소중립 특강은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천문학과 탄소중립에 관심있는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원치복 회장은 "목성의 위성 관측은 하늘의 모든 천체가 지구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의 모순이 밝혀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이번 100시간 천문학 공개관측 행사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우주의 신비를 느끼고,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에서 진행하는 '100시간 천문학'의 주제는 '불을 끄고 별을 켜요! 탄소중립을 위해!'다. 아마추어천문학회측은 이번 행사가 천문학 대중화 프로젝트이자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절약 캠페인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을 위한 공개관측회를 통해 맨눈으로 목성, 토성을 찾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천체망원경을 통해 토성의 고리, 목성의 위성과 표면 줄무늬, 달의 크레이터 등 다양하게 우주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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