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 등록한 국민 142만명 넘어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아무것도 못하고, 가족도 못 알아보고 그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만 붙어있는게 사는 걸까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고통이고, 자식들은 죄책감 때문에 호흡기를 떼라고 할 수 없겠죠. 저와 제 아내는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난 2009년 대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중단을 인정한 이후 오랜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140만명 넘는 인원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법이 존재하는지 모르거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어디에서 작성해야 하는지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 상황이다.
더 나아가 최근 국내에서도 말기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조력 존엄사'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됐다. '죽을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명의료중단, 말기환자까지 확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일 국민권익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11일까지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국민생각함' 홈페이지에서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설문은 특히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임종기 환자 외에 말기 환자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우리나라에선 말기환자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구분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대상자로 규정한다. 말기환자는 사망에 임박한 임종기와는 달리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상태를 의미한다.
19세 이상 누구나…'연명거부' 어떻게?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남기는 것이다.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작성하며,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인지 여부는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인이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국민은 누구나 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작성해 둘 수 있다.
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으며, 언제든 철회도 가능하다.
작성 가능 기관을 찾고 싶다면 국립연명의료기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면 사는 곳과 가까운 의료기관들이 나온다. 비용은 무료다.
142만명 "연명치료 안 할래요"
국민 의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립연명의료기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국민은 142만2434명이다.
연령별로 70~79세(61만5906명)가 가장 많고 이어 80세 이상 26만3961명, 60~69세 22만3417명, 60~64세 14만2794명 순으로 나타났다.
젊은층 등록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30~39세 8239명, 30세 미만은 3876명이 등록했다. 40~49세는 38만105명, 50~59세는 12만6136명 등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 등록자가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남성은 44만2915명, 여성은 97만9519명으로 조사됐다.
실제 연명의료 중단 등이 이행된 사례는 8월까지 총 23만4292건이다.
국민 10명 중 8명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지난 8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설문 대상자들은 '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생명 연장만을 위한 연명의료를 받을지'에 대한 질문에 81.7%가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중 45%는 '절대 받지 않겠다', 36.7%가 '받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조력 존엄사법 첫 발의
임종 과정에는 있지 않지만 근원적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의 경우 본인 의사로 삶을 종결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조력 존엄사다. 난치병 등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 하는 것을 말한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6월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예외를 두는 법안이어서 윤리적 논란 소지가 크고 입법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호스피스 등 인프라도 아직 충분치 않아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많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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