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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달러에 유독 가파른 원화 약세... "경기둔화 우려" 고민깊은 외환당국 [추락하는 금융시장]

원·달러 환율 장중 1440원 돌파
파운드 이어 위안화까지 급락 여파

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돌파한 가운데 원화약세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 달러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원화의 절하 폭은 다른 통화에 비해 높다. 최근 한 달 사이 급격해진 원화약세 속도에 외환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달러강세 속에 주요국 경기둔화가 나타나고, 중국 경제부진과 국내 수출둔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강달러+위안화 급락…원화약세↑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21.5원)보다 18.4원 오른 1439.9원에 마감했다. 장중 144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16일(고가 기준 1488.0원) 이후 처음이다. 연고점 역시 이틀 만에 경신하면서 1400원대 환율상승세는 5거래일째 이어졌다.

이날 환율상승은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위안화 가치는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27일 114.1로 마감했고, 이날도 114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2년 이후 2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달러화 대비 위안화는 7.2위안을 돌파하며 1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문제는 원화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당국도 원화약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긴축으로 달러에 대한 주요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지속하곤 있지만 원화는 다른 통화보다 약세 속도가 다소 빠르다는 진단이 나왔다. 실제 주요국의 통화절하율을 보면 26일 기준 원화는 8월 말보다 6.5%나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중국 위안화는 3.8%, 일본 엔화는 3.4% 절하됐고 유로화와 호주달러도 각각 4.1%, 5.1% 절하되는 데 그쳤다. 다른 통화 대비 원화절하 폭이 큰 것이다.

주요국 환율 변화율에서도 원화약세가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지난 7월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은 5.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엔화가 6.7% 하락한 데 비해서는 적은 것이지만 중국 위안화가 2.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큰 하락폭이다.

■경기둔화 우려감…정책대응 고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최근 한 달 사이에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파운드화 급락으로 원화도 동반하락했으며 원화가 달러인덱스보다 더 빠르게 절하됐다"며 "이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며 대응 중이며, 금리 등 거시적 정책과 수급조정 등 미시적인 정책 등이 필요하다. 가격이 오른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환당국이 원화약세에 대한 복합적인 대응 마련에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도 지난 7일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며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시장안정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화약세는 주요국의 경기와 국내 무역적자 등 수출경기 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급격한 경상수지 악화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출, 외국인직접투자를 넘어서는 해외직접투자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