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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히잡 의문사' 시위에 "슬프지만 폭동은 안돼"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히잡 의문사 사건에 "애도"
진상규명 하겠다면서도 "폭동은 용인할 수 없다" 강조
12일간 이어진 시위에 76명 사망 추정

이란 대통령, '히잡 의문사' 시위에 "슬프지만 폭동은 안돼"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히잡 의문사'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슬람 성직자 출신인 이란 대통령이 ‘히잡 의문사’ 사건으로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공식적으로 애도를 표했다. 그는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주장하면서 폭력 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경 우파 성향으로 지난해 취임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국영방송을 통해 히잡 의문사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은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다"며 "사건을 보고받고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했다"고 밝혔다.

아미니는 지난 1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게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6일 숨졌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다며 심장마비가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으나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족은 아미니가 머리에 큰 타격을 입은 뒤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을 상대로 구금 당시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라이시는 "조만간 아미니 사건에 대한 법의학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라면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이란 안팎에서는 아미니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히잡 착용을 강요하는 이슬람 정부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약 12일 동안 발생한 반정부 시위는 2009년 민주화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커졌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단체 '이란인권'은 경찰의 진압으로 최소 7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이란 경찰에 강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반관영 파르트 통신은 이번 시위로 약 6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시위와 관련해 체포된 인원 역시 약 2000명으로 추정된다.

라이시는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폭동은 용인할 수 없다"면서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시위에 가담한 자들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야한다. 그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란의 정치 군대인 혁명수비대(IRGC)는 이번 시위가 쿠르드 반군과 연관이 있다며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반군 거점을 미사일과 무인기로 공격했고 13명이 사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