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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로 벌금형, 10년 간 어린이집 운영·근무 제한…헌재 "위헌"

아동학대로 벌금형, 10년 간 어린이집 운영·근무 제한…헌재 "위헌"
착석한 헌재소장과 재판관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파이낸셜뉴스] 정서적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벌금형이 확정되면 10년 간 어린이집을 운영하거나 근무할 수 없도록 규정된 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아동학대 관련 범죄의 경중,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 고려 없이 무조건 취업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헌재는 29일 A씨 등이 낸 영유아보육법 제16조 제8호 등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심판대상 조항인 영유아법 16조 8호, 20조 1호 등은 정서적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벌금형이 확정된 자는 10년 간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거나 근무할 수 없고, 같은 이유로 보육교사 자격 등이 취소되면 10년간 자격을 재교부받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또는 원장으로 근무하다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확정된 A씨 등은 이 법 조항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론냈다.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이 있다는 것 만으로 다시 똑같은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 제한이라는 제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미다.

헌재는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 해도 개별 범죄 행위의 경중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일률적으로 10년의 취업 제한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낮은 범죄전력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제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자의 재범 위험성 여부, 있다면 어느 정도로 취업제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심사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헌재는 "심사의 세부적 절차와 심사권자 등에 관해서는 추후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10년이라는 현행 취업제한기간을 상한으로 두고 법관이 대상자의 취업제한기간을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선애·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아동학대 관련 범죄가 영유아 발달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이나 그로 인한 피해회복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면, 어린이집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취업을 제한함으로써 사전에 영유아를 아동학대의 위험으로부터 철저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인정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