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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부종, 하지정맥류, 림프부종 차이점은?

하지부종, 하지정맥류, 림프부종 차이점은?

[파이낸셜뉴스] 다리가 쉽게 붓는 하지부종은 하루 종일 서서 일하거나 특정한 자세로 오랫동안 근무하는 직업인에서 종종 발생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발생하지만 신장질환, 갑상선질환, 심장질환, 간질환, 림프계질환, 정맥순환장애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요즘 다리 부종을 개선하는 의약품을 광고할 때 지칭하는 병명이 '정맥순환장애'다. 어떤 특정한 실체가 있는 질환이라기보다는 다리가 붓는 빈도가 잦고 일상화되면 붙이는 '닉네임' 같은 명칭이다.

정맥순환장애는 나이 들어 또는 임신으로 정맥이 느슨해져 혈액역류를 방지하는 정맥판막의 기능이 떨어지고, 림프관으로 체액을 분산시켜 돌리는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 및 체액이 저류돼 심장 쪽으로 제대로 이동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정맥 내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혈액이 다리정맥에 고이면서 혈관이 늘어나는 것으로 하지부종의 한 요인이 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정맥순환장애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병명이라 할 수 있다"며 "하지정맥류는 정맥판막에 고장이 생길 때 나타나므로 확실한 의학적 범주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맥순환장애를 세분화한다면 일상적이고 경미한 하지부종, 하지정맥류, 심부정맥혈전증 등이 이에 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부정맥혈전증은 하지의 정맥혈이 정체돼 심부(깊은 체부)의 정맥에 혈전이 생긴 것이다. 오랫동안 침상에서 와병생활을 하거나, 장기간 비행기여행을 하거나, 수술을 받았거나 외상을 입어 혈전이 생기기 쉬운 상황에 노출되거나, 악성종양이나 중증 감염질환으로 순환계와 면역계의 기능이 동시에 떨어졌을 때 발병한다. 위급한 질환으로 선제적인 예방 및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부종을 일으키는 림프부종은 일반적인 하지부종 또는 하지정맥류와는 원인이 완연 다르다. 림프부종 중 하지에 생긴 것은 대부분 난소암이나 자궁암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암세포의 전이를 막기 위해 암 주변부 림프절이 과도하게 절제되면서 림프계 순환체계가 고장나 생긴다.

심 원장은 "노인의 하지부종이 오래간다면 신장, 간, 심장 등에 기저질환이 있는지 체크하는 게 우선"이라며 "젊거나 전신 건강에 이상이 없으면 별다른 질환이 없는데도 종종 하지부종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정맥류는 환자의 진행 상태에 따라 혈관경화요법부터 레이저치료, 혈관접착술(베나실), 냉동수술법 등 다양한 치료가 동원된다. 그 중에서도 초기에는 혈관경화요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심 원장은 "경화제를 혈관 내에 주입하면 혈관내피세포가 탈락하면서 혈관을 막아 스스로 정맥류 혈관이 소멸되게 하는 게 혈관경화요법"이라며 "보기 싫은 혈관을 짧은 시간의 수술로 단기간에 안 보이게 할 수 있고 입원할 필요가 없으며 수술 후 통증 및 후유증이 극소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혈관경화요법은 돌출한 모세혈관 굵기가 1~2mm 정도이고 하지정맥의 역류가 미약한 경우에 쓸 수 있다. 증상이 심한 환자는 레이저 등 다른 치료법이 적합하다.

심 원장은 "가시적으로 다리혈관이 튀어나오지는 않았는데도 중심정맥에서 역류가 일어나는 '잠복성' 하지정맥류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며 "질병의 속성상 저절로 좋아지는 법은 없고 오래 지나면 결국 혈관이 튀어나오게 되므로 가급적 조기에 바로잡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림프부종은 림프배액술·미세림프수술·줄기세포주입 복합술을 통해 부종을 3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다리가 붓고 통증이 오면서 하지정맥류와 혼동되는 질환으로는 무릎관절염, 아킬레스건염, 족저근막염, 좌골신경통,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등을 들 수 있다. 단적으로 꾸불꾸불한 핏줄이 선명히 드러나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무겁고 피곤감을 느끼거나, 다리부종이 장기간 지속되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보고 초음파검사를 통해 진단에 나서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