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스테핑 동물 안락사 논란
병원이송 사고건수 연 2000건
권익위, 안락사 찬반조사 결과
60% 이상이 "사람이 우선"
"사육방식 문제" 반대 의견도
동물단체·학계는 온도차
"개에 책임 돌리는 것은 미봉책...견주교육 통해 예방할 수 있어"
정부, 2024년 기질평가제 도입
공격성 정도 평가해 반영키로
지난달 10일 전북 임실군에서 4살과 7살 여아를 물어 중상을 입힌 사고견이 도망치고 있다. 사진=사건 당시 CCTV 갈무리
전국 각지에서 개물림 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안락사'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7월 11일 경남 울산 아파트단지에서 A군(8)이 목줄이 풀린 채 돌아다니던 개에게 공격당한 데 이어 지난달 10일에는 전북 임실군에서 B양(4)과 언니 C양(7)이 개에 물려 머리와 목, 귀 등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 5월 소방청의 발표에 따르면 개에 물려 병원에 이송된 건수는 최근 5년 내내 2000건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면 현재는 주인 의사에 따라 사고견을 안락사함으로써 문제를 일단락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자매를 공격한 임실 사고견의 경우에도 현재는 동물보호소에 있지만 그 견주는 보호소에서 돌아오는 대로 안락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경북 문경에서 모녀를 물어 중상을 입힌 사냥개들도 견주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던 중 안락사됐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동물의 권리를 중시하는 기조가 확산되면서 안락사 반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사람을 공격한 반려동물을 안락사하는 실태와 관련해 반려견을 키워보거나 반려동물에게서 위협을 느껴본 시민들, 그리고 동물보호단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다.
■"사람이 먼저" 시민들 대체로 찬성
여론은 사람을 공격한 동물을 안락사하는 데 찬성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2일부터 28까지 진행한 국민투표 '반려동물 관리 방안 국민의견조사'에 따르면 참여자 3135명 가운데 2374명(75.7%)이 안락사에 찬성했다.
실제로 개에게 위협을 느껴본 시민은 안락사에 찬성했다. 어린 시절에 시골에 살면서 통제가 안 된 개들을 마주친 경험이 많다는 최모씨(29)는 "몸집이 큰 개가 달려들 때마다 불안감을 느꼈다"며 "다행히 사고는 안 났지만 그렇게 덩치 큰 개가 어린 아이를 공격한다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물론 반려 동물의 권리가 존중돼야 하지만 결국 사람이 먼저 아니겠나"며 안락사에 찬성했다.
지방 본가에서 진도믹스견을 키우고 있는 류모씨(28)도 "내가 키우는 개여도 사람을 물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개를 제압할 생각이 있다"며 "단순 물림이 아니라 사람이 입원하거나 수술해야 할 정도로 심하게 문 경우에는 안락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개물림 피해 기준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반려견을 12년간 키워온 조모씨(26)는 "개가 공격을 했다면 99% 견주 잘못이므로 견주가 처벌받아야 한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개가 자기가 왜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안락사를 당하는 것은 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적절한 훈련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어 바로 안락사를 하기보다는 교정 훈련을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 "반대 또는 제한적 허용"
전문가들은 대체로 안락사에 반대하거나 제한적으로만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나기까지 견주의 책임이 크므로 이를 배제하고 사고견만 처벌할 수는 없으며 훈련에 따라서도 개선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웅종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사고 낸 개들은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능력에 따라서도 개선될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목줄이 풀린 개들은 보호자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급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보호자가 있는데도 사고 나는 경우는 분명히 개가 물 수 있다는 전조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것을 인지하지 못해서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모두 교육을 통해서 개선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비가 한두 푼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는 개인 부담이 크다 보니까 보호자들이 교육을 회피하고 쉽게 안락사 시켜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우발적 사고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안락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유 대표는 지난 7월 울산에서 8세 남아를 공격했던 사고견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고견이 매우 온순한 성격이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를 봐도 처음에는 개가 공격하려고 가는 게 아니라 같이 놀자고 뛰는 것처럼 깡충깡충 뛰어간다"며 우발적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관해 설명했다. 현재 유 대표는 사고견을 보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 대표는 "임실 사건이나 다른 사례를 봐도 주인의 사육 방식에 문제가 있다. 목줄에 묶여 자라는 개가 성격이 이상하지 않길 바라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충분히 사랑받고 제대로 된 환경에서 자라면 그런 사고가 적다"고 전했다.
신주운 동물보호단체 카라 정책기획팀장은 "개라는 동물을 키울 때부터 사육자가 개는 깨물고 짖는 동물임을 인지하고 사회 내에서 살 수 있게 올바르게 사육할 의무가 있다"며 "개에게 책임을 돌려 안락사하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결국 사고견의 주인이 또 다른 개를 똑같은 환경에서 키우고 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현상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개물림 사고견의 공격성 정도를 평가해 안락사 여부를 결정하는 '기질평가제'를 오는 2024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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