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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안보 '흔들'…"장기계획 짜 제대로 하라"


자원 안보 '흔들'…"장기계획 짜 제대로 하라"
석유-가스·신전략광물 자원개발률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에너지·광물 자원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 탄소중립에 따라 광물 자원의 가치가 커져가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러시아의 자원무기화로 에너지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 해외 자원개발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 적폐 신세로 전락해버린 것. 이 때문에 정권에서 자유로운 해외자원 개발 지원기구를 설립하자는 제안이 국회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해외자원 개발 '휘청', 에너지 안보 위협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석유-가스 자원개발율은 지난 2015년 16%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10.7%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등 탄소중립에 필수적인 ‘신전략광물(리튬, 희토류)’의 자원개발률도 지난해 2.4%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전략광물의 자원개발률은 지난 2013년 9.6%까지 끌어올렸지만 이후 자원개발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특히 ‘희토류’ 자원개발률만 보면 2014년까지 24.9%로 꾸준히 증가하다 2015년 3.9%로 떨어지더니 최근 5년간 1%대 머물다 지난해 0.2%까지 추락했다.

자원개발률이란 우리가 확보한 해외 유전·가스전에서 생산하는 양이 전체 수입량의 몇%를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일종의 ‘에너지 안보’ ‘에너지 독립’ 지표다. 해외자원개발을 체계적으로 추진한 건 김대중 정부 때부터였다. 10년간 추진 방향을 설정하는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처음 만들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자원개발은 타격을 입게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자원외교'를 내세우며 임기 내 최대 25%의 자원개발률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연계해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현 광해광업공단) 등에 목표치를 제시하고 공공기관 평가와 연계하는 등 앞뒤 가리지 않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였다. 결국 당시 고유가 상황과 기관장 평가 등에 맞물려 부실인수라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박근혜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을 이끈 공기업 사장들을 고발했다. 해외 광구를 지나치게 비싸게 인수해 손해를 끼쳤다는 죄목이었다. 이른바 ‘자원개발 비리’다. 해외 자원개발은 그렇게 졸지에 역적으로 몰렸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상황은 바뀌지 않아 '해외자원 개발'은 적폐로 몰려 계속 규모를 축소했다.

역대 정부들의 해외자원개발 예산을 보면 △김대중 정부 1조 2227억 원 △노무현 정부 3조 5205억 원 △이명박 정부 5조 5328억 원 △박근혜 정부 1조 23억원 △문재인 정부 3952억 원으로 계속 축소됐다.

해외자원 개발 컨트롤타워 ' KOMEGA' 제안
자원 안보 '흔들'…"장기계획 짜 제대로 하라"
2021년 11월 디젤 차량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해지면서 서울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해외자원 개발의 중요성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중국의 수출제한으로 촉발한 국내 요소수 대란,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 제한으로 인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국내 산업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 리튬, 니켈 등 희토류는 탄소중립과 맞물려 세계적으로는 물론 국내 수요도 급증세다. 2017년 2만7810톤에 불과하던 리튬 국내 수요는 2021년 9만4910톤으로 24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희토류도 21%가 늘었다.

반면 해외 광물확보 담당 공기업인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사실상 해체돼 지난해 9월 출범한 광해광업공단에 흡수됐다. 광해광업공단의 설립 목적과 기능을 규정한 광해광업공단법은 ‘해외 투자사업의 처분’을 주요 사업으로 명시했다. 광물자원공사법에 있었던 ‘해외 광물자원 개발’이란 문구는 삭제됐다. 앞으로 해외 광산에 대한 공기업의 신규 투자가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광해광업공단은 광물공사 시절 매각하지 않았던 15개 해외 자산까지 모두 매각할 계획이다.

정부도 지난해 발생한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4000개 품목에 대해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주요 품목에 대해선 수입처를 다변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직접투자 없이 단순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한정된 수입국을 일부 넓히는 것만으로는 주요 자원의 공급망 안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권과 관계없이 해외자원개발을 전담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에 정운천 국민의 힘 의원은 지난 4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해외자원개발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을 주문하며 그 대안으로 KOMEGA(Korea Oil, Metals Gas National Corporation)를 검토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멈춰선 해외자원 개발을 다시 시작하되 그냥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항상 진행돼 왔던 고유가 사업참여, 저유가 사업철수를 반복하는 엇박자의 사슬을 끊어야 하며 그 시작은 자원공기업의 실질적 정상화와 국가 자원안보법 제정에 있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