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현대차 연구진, 복사 냉각판 개발
내외부 온도 차이를 최대 8.45도까지 가능
보는 각도에 따라 색도 변하게 만들어
서울대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팀이 나비날개의 구조를 모방해 전기없이도 기온을 낮추는 냉각판을 개발했다. 정영주 박사과정생 제공
[파이낸셜뉴스] 서울대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팀과 현대자동차 전자소자연구팀이 나비 날개를 모방해 전기없이도 온도를 낮추는 냉각판을 개발했다. 또한 나비 날개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을 띄게 만들었다.
서울대 정영주 박사과정생은 10일 "이 냉각판으로 단열상자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 상자속 온도가 외부온도보다 최대 8.45℃ 낮게 측정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나비가 독특한 날개 구조를 가져 체온을 조절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주로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아르케오프레포나 데모폰' 나비는 날개 비늘에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온도를 조절하고 구조적인 색을 나타낼 수 있는 매혹적인 광학적 특성을 나타내도록 진화했다.
이 나비의 날개는 주기적으로 반복된 격자구조와 다공성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격자구조들의 간격에 따라 빛이 반사되는 파장대가 달라지는데 이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이 보인다. 또한 나노크기의 매우 작은 구멍을 가지고 있어 태양광을 반사하면서 내부의 적외선을 밖으로 내보내 온도를 낮춘다.
연구진은 나비 날개의 나노구조를 모방해 다양한 색을 띄면서 복사냉각 성능을 가진 얇은 판을 만들었다. 이 판의 격자구조를 조절해 다양한 천연색을 띄게 만들 수 있다.
서울대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팀이 개발한 복사냉각판으로 상자를 만들어 내외부 온도차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정영주 박사과정생 제공
실험 결과 천연색의 91.8%를 재현할 수 있었다. 또한 방열상자를 만들어 실외공간에서 온도를 측정한 결과, 상자의 온도는 외부 온도보다 최대 8.45℃ 낮았다.
연구진은 냉각판을 만들기 위해 우선 실리카 나노 입자를 용액 공정을 통해 보다 쉬운 방법으로 구멍의 크기를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클린룸 기반의 리소그래피 방법에서 벗어나, 레이저 간섭 리소그래피를 이용해 나노 수준의 주기적인 격자 구조를 개발했다. 이러한 두 가지 방법을 결합해 나비 날개 같은 나노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고승환 교수는 "이번 성과가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탄소 중립 기술에 걸맞는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전기가 없어도 냉각 성능을 보이는 수동적 복사 냉각 기술 개발에 대한 귀중한 자산과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리고 냉각 기술 뿐만 아니라, 나노 구조에 의한 색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나노스케일 호라이즌(Nanoscale horizons)'에 지난 2022년 6월 19일 발표했다.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아르케오프레포나 데모폰' 나비 날개의 구조. 정영주 박사과정생 제공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