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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없는 부모님이지만 손주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잃어버린 가족찾기]

장학사가 된 이성남씨(46세)
만4세 동생과 함께 보육원 입소
배 왼쪽 작은 반점이 신체적특징
"잘 성장했다는 거 알려드리고 싶어"

"기억도 없는 부모님이지만 손주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잃어버린 가족찾기]
"그렇죠. 너무 어린 나이에 (보육원으로) 입소해 (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저의 신체적 특징이라고 하면 배 왼쪽에 작은 반점 많다는 것 정도인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기적은 일어나는 것이니..."

말끝을 흐리는 목소리가 안타까웠다. 작은 희망이라도 놓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지만 그 희망의 크기가 너무 작다는 것을 이성남씨(46·사진) 스스로도 느끼는 것 같았다. 만 4세(추정)였던 1981년 11월 9일 이씨는 부모와 이별했다. 사실 이별이 아니었다. 친동생과 함께 경북 김천시 한 시설 앞에 버려졌다.

이씨는 "김천시 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의 한 시설 앞에 버려졌다가 오가던 사람들에 의해 보육원으로 전달됐다고 들었다"며 "버려진 곳과 보육원의 거리는 30m도 안 된다.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니 아마도 바로 발견돼서 보육원으로 전달될 것으로 여겨서 (부모가) 그곳을 선택했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이씨는 동생과 함께 보육원(경북 김천시 임마누엘영유아원)에서 26살이 되는 해까지 지냈다고 한다. 20여년이 넘게 한 보육원에서 성장했지만 부모가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부모가 아닌 고모와 할머니의 연락이 한차례씩 있었던 것이 전부였다.

이씨는 "주변에서는 고모가 아닐 수도 있다고 했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고모라는 분께서 찾아와 함께 포도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에는 할머니가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줬다. 특별한 내용은 아닌 평범한 크리스마스카드였다"며 "부모도 내가 어디서 지내는지 알고 있었겠지만 찾아오지는 않았다"고 했다.

보육원에서 성장했지만 이씨는 누구보다 착실하게 성장했다. 성인이 돼서는 중학교 선생님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장학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씨는 "26살까지 보육원에서 생활하다가 중학교 체육 교사로 임용이 됐다. 이후 경북 구미와 상주, 김천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장학사가 됐다"며 "생각해보면 운동을 좋아했고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과 칭찬이 많아 교사까지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46살이 된 이씨는 결혼해 아이도 생기는 등 김천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따라서 부모를 찾고 싶은 마음도 이런 평범한 삶을 함께 하고 싶다는 데에 있었다. 이씨는 "일단 (부모님을) 한 번 뵙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잘 성장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결혼도 해 손자들도 있어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나이를 먹고 나니 이제는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고 언급했다.


이씨는 "이제는 헤어진 이유 등은 이해를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헤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평범하게 교류하고 지내고 싶다"고 덧붙였다.한편 한살 터울인 이씨 동생의 경우 함께 보육원으로 왔지만 이른 시기에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