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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러시아 영토 강탈 비난 결의안 논의...구속력 없어

유엔, 긴급총회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 영토 강탈 비난 결의안 논의
안보리 결의안 아니라 구속력은 없어
러시아, 긴급 총회에 '反 러시아 여론전' 반발

유엔, 러시아 영토 강탈 비난 결의안 논의...구속력 없어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유엔 회원국들이 긴급 총회를 열고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불법 주민투표로 강탈한 러시아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 역시 구속력이 없어 지난 3월처럼 비난으로 끝날 전망이다.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유엔 193개 회원국 대표들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 모여 유럽연합(EU) 주도로 마련된 결의안에 대해 논의했다. 결의안에는 러시아가 지난달 23~27일에 우크라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주에서 실시한 병합 주민 투표를 국제법상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러시아가 주민 투표 직후 선언한 영토 병합 선언이 무효인 동시에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에서 즉각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엔 내에서 회원국에게 특정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결정은 오직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만 내릴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꾸준히 안보리에서 러시아를 제재하는 결의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계속 거부권을 행사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서방 국가들은 지난 3월 유엔 총회 결의 377호를 발동해 긴급 총회를 열고 러시아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결의는 안보리가 아닌 총회 결의로 구속력이 없어 러시아를 저지하지 못했다. 이번에 열린 긴급 총회와 결의안 역시 구속력이 없다. 서방 국가들은 지난달 30일에 러시아의 영토 병합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안보리에서 다루려고 했지만 러시아의 거부권 때문에 제재에 실패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결의안에 대한 비밀투표와 회원국들의 논의 과정을 생략한 즉각적인 표결을 요구했다. 그는 공개투표를 실시할 경우 서방 국가들의 로비 때문에 회원국이 소신에 따라 투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투표 결과 러시아의 주장에 찬성하는 국가는 13개국에 불과했으며 유엔은 예정대로 결의안 공개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결의안 논의는 오는 12일 오전에 재개되며 표결도 같은날 진행될 전망이다.

러시아와 우크라는 같은날 총회에서 계속 대립했다. 우크라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크림대교에서는 지난 8일 폭발 사고로 다리 일부가 무너졌다. 러시아는 폭발이 우크라의 공작이라며 10일 우크라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했다.

세르히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 대사는 "러시아가 테러 국가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며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에 네벤쟈는 이번 총회가 러시아를 비난하기 위한 여론전이라며 "우크라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테러집단"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을 비난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전화했다. 그는 우크라 인명 피해를 우려하며 앞으로 첨단 방공 체계를 비롯한 장비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