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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서 빠진 이민청, 연내 설립 가능할까

국민 공감대 부족… 예산안 줄어
관련 부처 간 교통정리도 필수
한동훈 "속도전 아닌 정답 내야"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방안'에서 이민청 설립이 제외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올해 안에 이민청의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민청 설립과 관련한 국민 공감대 형성이 걸음마 단계에 있어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관련 예산안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 5월 취임 일성으로 이민청 설립을 공언하고, 올 하반기 내 이민청 설치 관련한 청사진을 내놓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첫 조직개편에서 이민청 설립이 제외되며 한 장관의 강한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 장관은 지난 6일 첫 국정감사에서도 이민청 설립과 관련한 질문에 "속도전의 문제가 아니라 정답을 내야 할 문제"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무조건 추진 속도를 내기 보다, 이민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 등 여러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관련 예산은 줄어들어 이민청 설립 작업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2023년도 예산안 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법무부의 이민정책 개발 관련 예산은 전년(2022년) 대비 6200만원 줄어든 23억7100만원으로 책정됐다.

전문가들은 이민청 설립을 위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정부가 이민 관련 부처들의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16년 간 여러 정부가 이민청 설립을 추진했음에도 번번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일명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강한 리더십을 통한 부처 간 교통정리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현재 외국인노동자, 유학생, 결혼이민여성 등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관리는 고용노동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에 산재돼 있고, 이민 관련 위원회 또한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등 최소 5개가 각각 다른 부처에 설립돼있다.

문병기 한국이민정책학회장은 "지난 16년 동안 이민 관련 컨트롤타워를 만들자는 것에 대해 관련 부처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동의를 했다"면서도 "총리실 주도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면 서로 이익이 되는 권한을 놓지 않으려고 해 논의가 무산되곤 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국정 동력이 떨어지면 이민청 설립이 또 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 이민청에 대한 조직개편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현재 30%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윤 정부가 이민 정책에 대한 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민청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다문화수용성은 52.27점으로 10년 전인 2012년 기준 51.7점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2015년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는 등 이민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태도는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2021년 합계출산율 0.81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민 정책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이민 정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라며 "정부가 이민자의 규모와 국내 사회경제적 활동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고, 찬반 측이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는 '공진화'가 필요한 순간이다"고 조언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