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물가 잡기 위해 일자리 감소 받아들일것"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침체되면서 내년부터 월 17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음달 또다시 금리 결정을 앞둔 연준은 일자리를 잃더라도 물가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CNN비즈니스는 10일(현지시간) 미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지난 7일 고객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BoA는 보고서에서 올해 4·4분기의 신규 일자리 증가 속도가 반으로 떨어지며 내년 실업률이 5~5.5%까지 오른다고 내다봤다. 은행은 연준의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인해 내년 전반에 걸쳐 일자리 감소가 이어진다며 내년 1·4분기 기준으로 월마다 17만5000개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추정했다.
BoA의 마이클 가펜 미 경제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경제 연착륙보다는 경착륙을 전제로 한 전망"이라며 "내년 상반기부터 경기침체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BoA는 보고서에서 연준이 물가 수준을 건강한 범위까지 돌려놓기 위해 일자리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상당한 규모의 실업을 피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은 현재 그럴 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올해 약 40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내면서 지난 6월과 7월, 9월에 걸쳐 3번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0.75%p씩 올렸다. 연준은 오는 11월 1~2일에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달에도 0.75%p 인상을 강행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8.3%였으며 9월 CPI 상승률은 이달 13일에 공개될 전망이다. 가펜은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약간의 일자리 감소는 받아들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경기침체가 빠르게 회복될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좀 더 길어질 수 있다"면서 "노동시장이 반년 정도 어려울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앞서 연준은 내년 실업률이 4.4% 수준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7일 발표된 미국의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6만3000명 늘었다. 증가폭은 전월(31만5000명)보다 줄었지만 실업률은 3.5%로 전월(3.7%)보다 하락해 반세기 만에 최저였던 7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연준 내부 인사도 BoA의 예측을 거들었다.
연준 산하 시카고 연방은행의 찰스 에번스 총재는 같은날 미 경제매체 CNBC를 통해 "물가상승이야말로 최우선 통제 목표다"고 말했다. 연준 내에서도 통화 긴축론자(매파)로 꼽히는 그는 "물가안정은 미래 성장의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에번스는 "만약 유감스럽게도 실업자가 많이 늘어난다면 매우 어려워진다"면서도 "그러나 물가를 안정시켜야 미래가 더 나아진다"고 주장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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